현승이가 15개월 무렵 엄마라 불렀다. 물론 그 전에도 가끔 필요에 의해 엄마라 불렀으나 어쩌다 한번이었고 ''현승아, 엄마라고 한번만 더 말해줘!엄마, 엄~~마, 엄마''라 말해도 마치 나와 밀당이라도 하듯 모른척 했다. 그래서 그토록 엄마라 불리는 것에 목말라 있었는지 모른다. 맘마, 물, 이거(그어) 소리는 잘 하는데 왜 엄마는 그토록 안하는 것일까 가끔은 조바심도 났다.
현승이가 15개월 무렵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며 시도 때도 없이 ''엄마''라 부르고 찾았다. 그토록 기다리던 말, 듣기 좋으면서도 가끔은 귀찮기도 또 책임감이 느껴지는 위대한 단어가 엄마가 아닐까 싶다. 다른 엄마들은, 부모들은 아이의 부름을 어떻게 느낄까 궁금하다.
아이가 처음 뒤집기를 하고, 기어다니고 걸었던 순간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무한 감동을 느꼈다. 그러나 그 감동은 찰나 일 뿐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엄마란 소리도 시간이 지날수록 일상이 되어버리고 무뎌지겠지. 이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눈물이 났다. 참 청승맞지만 이런 것도 초보엄마의 감성이겠지. 이런 나, 이랬던 나를 잃고 싶지 않아 기억하고 싶었다.
어제 밤, 잠결에 현승이가 무심코 뱉어버린 엄마라는 소리, 워낙 얇고 가는 소리로 불러서일까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아 이렇게 글을 적어 본다. 아주 작고 가는 희미한 소리였지만 나의 심금을 울려서일까, 그 찰나의 순간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었다.
육아를 하다보면, 급변하는 이 사회 속에 살다보면 이런 감성적 여유가 사라진다. 아이가 깨어있음 쫓아 다니느라 바쁘고, 늦게 까지 안 자면 언제 자나 싶고, 아이가 잠들면 밀린 청소와 빨래, 밥을 한다. 그리고 공부를 한다. 이런 사이클이 반복되면 그것이 일상이 되고 감정은 물론 감성도 메마른다. 슬프지만 이것이 나의 현실이다.이래서 다들 그때는 아이가 이쁜 줄 모르고 산다 하나보다.
문득 궁금해졌다.
육아를 하는 초보 부모들이 모두 나 같을까?
점점 메말라가는 나에게 현승이는 단비같은 존재다. 그래서 또 내일이 되고 시간이 흘러 잊혀지는 이 순간이 아쉬워 이렇게 두서없이 끄적끄적 글을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