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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다리별 May 16. 2020

행운에 속지마라. 속으면 몸과 마음이 아플지니

도서리뷰: 행운에 속지마라

유럽의 전설적인 투자가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책을 보면 코스톨라니의 달걀이라는 모형이 있다.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달걀 모형을 이용하여 투기적 자산의 매도 매수 상황을 간략하게 표시한 것이다.


위 그림은 경기 순환론적인 입장에서, 금리와 투기적 자산의 가격 변동의 연관관계를 표시하고 있다. 언론매체에서 단기간에 수익률 몇 백%를 이룬 성공한 트레이더의 얼굴을 보여주고, 이들이 영웅이 되는 시기는 A1~A3 시기로 볼 수 있다. 


이들의 성공에 대해서 언론은 그 사람이 성공할 수 밖에 없었던 요인을 분석하고, 그 주인공도 자신만만한 표정과 자세로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처럼 거래하면 보통 사람들도 성공할 수 있다며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한다.


그런데 보통, 투기적 자산의 하나의 싸이클이 끝나고, 다음 싸이클이 시작하면, 그전 싸이클에서 영웅시 되었던 사람들의 얼굴은 보기 힘들다. 그리고, 새로운 싸이클에서는 새로운 인물들이 나타나 그전의 주인공들이 답습했던 성공신화의 포장지를 몸에 두르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반복되는 투기적 자산의 싸이클에서 혜성같이 나타났다가 유성처럼 스러져 갔던 많은 주인공들의 성공과 실패의 원인은 무엇었을까?  그들의 실력의 과부족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을까?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렙은 이 책<행운에 속지마라>을 통해, 투기적 거래에서 명멸했던 많은 사람들이 성공하고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 사람들이 자신의 성공 이유를 몰랐기 때문에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 나오는 여러 등장인물 중 상당수는 활황장에서 큰 금전적 이득을 누리고, 업계에서, 그리고 언론에서 영웅칭호를 받다가, 그 활황장에서 자신이 가졌던 믿음과, 기법이 폭락장을 만나면서 자신의 발목을 잡고, 결국 스스로를 파산과 해고의 나락으로 인도 했던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의 비극은 1980년대 멕시코 통화위기, 1990년대 말 동아시아의 외환위기 및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 2000년대 초  IT 버블폭락, 2008년 서브프라임 문제, 2020년 코로나 19 및 유가변동에 의한 대폭락와 같은 반복되는 위기 속에서 반복되었으며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것이다. 


저자는 이와 같이 화려한 성공 뒤에 따라올 수 밖에 없는 실패의 원인을 간단히 지적한다. 즉, 투기적 재화거래 시장에서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성공의 요인에는 실력보다는 운’이 크게 자리잡고 있었고, 그들은 그들의 성공의 원인을 ‘운’ 아닌 ‘실력’으로 생각했으며, 그런 착각이 그들을 실패의 무간 지옥으로 인도했다는 것이다. 


투기적 재화의 상승장이  오면, 많은 사람들이 거래에 참여하여 적게는 수십% 내지 많게는 수백%의 이익을 얻는다. 기본적으로 투기적 거래의 본질은 다단계와 동일하다. 나보다 뒤에 들어온 사람이 지불한 돈이 내가 가진 자산의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그 자산들을 사줄 사람이 없을 때 자신은 폭락하기 시작하고, 폭락의 공포는 폭락을 부채질하여 가속화시킨다. 하지만, 폭락 이전의 활황장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활황장에서 빠져나오기 보다는, 일시적 하락이나 건전한 조정으로 판단하며, 자신의 성공이 운이 아닌 실력임을 입증하기 위해, 더 큰 돈을 투입하고 더 나아가 미수, 대출을 이용하여 자신의 포지션을 유지한다. 


그리고, 일시적 하락이나 조정으로 생각한 폭락은 상당기간의 하락이나, 구조적인 문제로 변한다. 시장이 성공신화의 주인공의 피로 물들고, 이들이 모든 것을 포기하는 순간이 지나가면, 그 때 시장은 오르고, 또 다른 신선한 피를 가진 초심자들이 시장에 들어오면서 새로운 상승의 싸이클은 시작된다. 


저자는 이와 같은 싸이클이 반복되는 이유는 인간이 탐욕과 공포가 반복되었던 역사에서 많은 것을 배우지 못한 이유이며, 확률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상황을 결정론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인간의 편향적인 오류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자신의 성공신화가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자랑스러워 하는 사람들에게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자세를 가질 것을 권한다. 


장기간 동안 파국적 상황을 겪지 못했던 사람들이 파국을 맞았을 때 더 파괴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러한 ‘파국적 상황’을 경시하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회의주의적인 자세로 자신의 포지션을 판단하고, 더 나아가 확률과 기대값을 따지면서 의사 결정을 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거래에 참여하는 수백 수천만의 거래자 중에서 몇 명 또는 몇 십명의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 나올 수 있는 것과, 이들을 위한 승전보를 울리는 언론의 태도와 관련하여, 표본이 수백만 수천만이라면, 어쩔 수 없이 극소수의 성공신화는 필연적일 수 밖에 없으나, 그 필연성의 범주는 수백만 속에서 일부가 도출될 수 밖에 없다는 보편적 필연성이지, 특정 개인에 대한 필연성은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영웅신화의 주인공의 지위에는 우연성의 개입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더 나아가 항상 나올 수 밖에 없는 로또 1등 당첨자 또는 수백만 수천만이 참여하는 가상의 동전던지기 대회의 1등과 상승장에서 나올 수 밖에 없는 성공신화의 주인공과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며, 결과'만'을 가지고  원인과 과정을 조합해 버리는 사후적 고찰(hindsight)로 모든 것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재단하는 언론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서도 비판의 어조를 높이고 있다. 


나폴레옹 제국이 영원할 것으로 믿으며, 역사의 끝이라고 믿었던 헤겔의 오류나  미국적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역사의 종말이라고 주장했던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결정론적인 오만함은 그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과 맞딱뜨리며 산산히 무너졌고, 그들이 철옹성이라 믿었고 변호했던 체제는 시간의 흐름속에서 사라졌거나 쇠퇴해하고 있다. 


성공신화에 대한 결정론적인 태도와, 현재 자신의 성공신화의 비결은 나의 실력이라는 자만심은 언제 어디서 맞닥뜨릴지 모르는 파국적 희귀사건을 만나 산산조각날지 모른다. 한 방에 훅 가는 것은 순식간이다. 메이져리그의 야구 전설인 요기 베라가 한 ‘끝나기 전에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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