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렛뎀 이론-THE LET THEM THEORY』
아들과 매주 낭독을 시작한 지 10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요즘 읽는 책은 『렛뎀 이론…』이다. 390페이지에 이르는 책으로 지금까지 읽어온 4권의 책 중 가장 묵직하다. 8월 말에 나온 따끈따끈한 책을 9월 초부터 읽기 시작했다. 앞부분은 제목 그대로 ‘내버려두자’가 핵심이었다. 내 인생의 결정에 부모가 참견하는 걸 ‘내버려두자’, 누가 싱크대에 설거지를 쌓아두어도, 시어머니가 내 양육 방식에 동의하지 않아도 ‘내버려두자’는 도입부를 지나면서 깨달았다. ‘내버려두자’라는 말이 스트레스받는 상황을 통제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의미라는 걸.
멜 로빈스(& 소이어 로빈스) 작가도 처음엔 ‘내버려두기’가 무언가에 항복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내버려두기’는 애초에 자신에게 없었던 통제력에 대해 인식하고 그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타인(가족이라 할지라도)이나 어떤 상황을 통제하려는 충동은 매우 원초적인 감정, 바로 두려움에서 생겨난다는 걸 작가도 세월의 칼날에 여기저기 긁힌 다음에야 알게 됐으리라. 배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통제하지 못하면 모든 게 무너질 거라는 두려움에 휩싸여 통제권을 가짐으로써 고통과 실망, 거절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 할수록 더 많이 불안해지고 더 큰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말한다.
아들과 이 책을 읽은 지 3개월째에 접어든 지난주 토요일, 내 머리를 강타하는 문장을 만났다. 아들이 고른 책인데 읽다 보니 아들보다 내가 얻는 게 더 많았다. 우리는 매일 거울을 보며 얼굴에 뭐가 묻었거나 옷매무새가 이상하면 금방 알아채고 수습을 한다. 그러나 우리의 내면은 애써 들여다보지 않으면 거품이 끼었는지, 새까맣게 그을렸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의 손가락은 너무 쉽게 남을 향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각자의 타이밍이 있다. 사람들은 스스로 변화할 준비가 되었을 때만 변한다. 사람들이 당신의 일정에 맞춰 변화하지 않는다고 가혹하게 대하지 말자. 다른 사람이 분명히 원하지 않는 일을 하도록 동기부여 하려고 하지 말자. 시간 낭비다. 당신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관계를 망치고 효과도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두 사람 사이를 틀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255쪽
부부간에, 부모·자식 간에, 심지어는 친구 간에도 우리는 사랑이나 우정이란 이름으로 “이래야 해, 저래야 해, 그게 너한테 좋은 거야”라며 조언을 가장해 압박한다. 작가는, 변화는 결코 타의에 의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발전적 변화는 타인의 ‘지당한 말씀’이 아니라 나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만 일어난다는 뜻이다. 변화의 불쏘시개는 바닥까지 내동댕이쳐진 사람이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친구라는 이름으로 대신해주는 건 남의 인생에 대한 참견일 뿐이다.
내가 아들과 낭독을 시작했을 때 내 안의 저 깊은 곳에는 안정지향적인 아들을 성취지향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욕망이 있었다는 걸 나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들이 이 책을 고른 게 어쩌면 이런 얄팍한 내 속을 나보다 먼저 꿰뚫어 봤기 때문은 아닐까 싶은 문장들이 줄지어 내 앞에 펼쳐졌다. 지난주 토요일 아침, 가슴 뜨끔한 내용을 아들과 한 문장씩 읽으면서 바로 수긍했다. “이 책은 너보다 나한테 더 필요한 책이네. 정말 책 잘 골랐어,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