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령성의 성도, 선양시

중국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

by 문운주

선양은 요령성의 성도로, 북경·상해·천진에 이어 중국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다. 오늘날 동북 공업지대의 중심이자 교통의 요지이며, 정치와 문화 면에서도 동북아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도시 중 하나다. 면적은 8,515㎢, 인구는 약 720만 명에 이른다. 예로부터 요동군에 속했고, 고구려의 영토이기도했던 선양은 청나라의 시조 누루하치가 처음으로 도읍을 정한 곳이기도 하다. 훗날 청이 북경으로 천도하면서 정치 중심지는 옮겨졌지만, 그 역사적 의미는 여전히 살아 있다.


도시 규모로는 중국 4대 도시 중 하나이고, 경제력으로는 10대 도시에 포함된다. ‘서탑가’라 불리는 한국인 거리도 조성되어 있으며, 도선공항에는 한국어 출입국 서류도 비치되어 있어, 한국인에게 매우 친숙한 도시로 알려져 있다. 선양 시내는 과거와 현대가 급속히 조우하는 곳이다. 시간의 강물이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끌고 흐르는 느낌을 준다.


가장 인상적인 명소 중 하나는 선양고궁이다. 자금성 다음으로 큰 규모를 자랑하며, 청 태조 누루하치와 태종의 황궁으로 1625년에 착공하여 1636년 숭덕 원년에 완공되었다. 약 90여 동, 300여 칸에 달하는 궁전이 3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전한 형태로 보전되어 있다. 그 위엄과 찬란함은 방문객의 감탄을 자아낸다.


북릉공원은 선양 북쪽에 위치한 330만㎡ 규모의 대형 공원이다. 청나라 제2대 황제인 태종과 황후가 잠들어 있는 능묘이기도 하다. 공원 중심에는 넓은 도로가 있고 양 옆으로는 잘 가꿔진 소나무와 보행로가 조성되어 있다. 도로에서는 중국인들이 고기 모양, 용 모양의 연을 날리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평화로운 풍경에 어린 시절 연을 날리던 추억이 겹쳐진다.


참배도로에는 해태, 기린, 낙타, 말, 코끼리, 사자 등 여섯 쌍의 돌짐승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중간에는 ‘하마비’라 불리는 하차석이, 뒤이어 중국 전통의 ‘화표’가 위엄 있게 서 있다. 영흔전을 지나면 황태극과 황후의 비문이 보인다. 그는 청나라의 실질적인 시조라 불리며, 문무를 겸비한 군주로서 ‘문황제’라는 존호를 받았다. 그는 금나라를 청나라로 바꾸고, 여진족을 ‘만주족’이라 일컬으며 조직 개편과 민족 융합에 힘썼다. 이러한 문화적 통합의 의지는 자금성이나 선양고궁, 북릉공원 등에서 볼 수 있는 몽골식 건축 양식에서도 드러난다.


황태극 부부의 능은 우리 기준으로 보면 다소 소박하다. 빨간 황토 흙 속에 유나무 한 그루만 서 있을 뿐이다. 경주나 부여에서 보던 잔디가 깔린 왕릉과는 사뭇 다르다. 그러나 이는 만족(滿族)의 묘지 문화 특색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은 벌초를 하지 않으며, 유나무를 신성하게 여겨 무사함을 비는 나무로 삼는다.


전설에 따르면, 명나라 병사였던 누루하치는 어느 날 자신의 발바닥에 일곱 개의 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발바닥에 점이 일곱 개 있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예언에 놀란 그는 조상의 유골을 안고 달아났다. 그러나 여관에서 숙박을 거부당해 유나무 밑에서 잠을 자게 되었고, 다음 날 유골 항아리는 나무에 뿌리를 내려 더는 들 수 없게 되었다. 이후 그가 나라를 세운 후 유나무를 곳곳에 심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인구의 92%가 한족인 중국에서, 소수민족인 여진족이 350년간 지배층으로 존재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인구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다수를 통제했던 그들의 탁월한 통치력과 융화 전략을 되새기게 한다. 선양을 찾는 한국인이라면 반드시 들르게 되는 곳이 서탑가, 곧 한국인 거리이다. 이곳의 특별한 점은 남북한 식당이 나란히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평양식 냉면 전문점 ‘동묘향산’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종업원들이 나란히 서서 손님을 맞이한다.


음식은 배추김치, 고추장, 삼겹살, 불고기, 갈비, 냉면 등 다양하고 푸짐하다. 광주에서 열렸던 6.15 기념행사에서 북측의 통일음악단 공연을 본 이야기를 하자, 종업원들은 반가워하면서도 식당 운영 주체에 대한 질문에는 "당에서 합니다"라는 짧은 대답으로 말을 돌린다. 저녁 시간, 식당 안 무대에서는 종업원들이 ‘목포의 눈물’ 같은 구슬픈 남한 노래와 ‘우리 민족끼리’, ‘다시 만나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북한 노래를 부른다. 단정한 한복 차림의 그들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남남북녀라는 말이 어쩐지 떠올랐다.


한편, 봄철이면 중국 전역에서 불어오는 황사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버드나무, 백양나무, 소나무 등이 대규모로 식재된다. 하지만 사막화의 진행 속도가 녹화 속도보다 빠른 실정이다. 이는 오늘날 중국이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중국인들이 평생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중국 글자 45,000자를 전부 쓸 수 없다.

둘째, 중국의 땅을 다 밟을 수 없다.

셋째, 중국의 음식을 모두 먹어볼 수 없다.


이렇듯 방대한 대륙에서, 지금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2008 북경 올림픽 준비를 위해 경기장 건설과 도로 환경 정비에 총 40조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한다. 세계 초강대국으로 도약하려는 중국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선양을 통해 나는 단지 한 도시를 본 것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대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한 단면을 마주한 셈이다.


2006.8.19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인천에서 영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