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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Nov 21. 2023

이거 국뿡이죠?

대한민국인!!

이곳 웨일스로 이사 온 후 여태 자동차 없이 지내고 있었다. 가까운 곳은 시내버스로,  장거리는 기차를 타고 다녔지만 불편함보다는 홀가분하고 편했다. 매주 한 번씩 일주일치 장을 보는 날은  Day티켓을 구입해 두세 번씩 집과 읍내를  오가며 장을 봐 날라야 했지만, 그 번거로움 마저도 즐기고 있었다.  

한국에선 집 밖만 나가면 무조건 차를 움직이며 살았던지라, 사실 처음엔 버스를 타고 장을 봐 나르는 게 많이 어색하고 불편했다. 특히 버스를 타는 순간, 버스 안의 낯선 시선들이 그랬고,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운전사의 버스를 타야 했던 건 더더욱 어색했다. 그런 순간들도 시간이 흐르니 습관이 된 건지 요즘은 버스에 오르면 자주 마주치는 이와는 'Hi~' 인사를 하며 편안하게 잘 지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게 잘 지내고 있는데, 지난달 말 갑자기 하루 12회 운행되던 마을버스가 7회로 줄면서 막차 시간까지 5시 45분으로 당겨졌고, 거기다 우리가 자주 이용했던 시간(장 보러 다닐 때) 대의 운행 시간이 쏙 빠져버리는 바람에 장 보러 다닐 때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황당하기도 하고 걱정도 앞섰지만, 그간 시내버스를 이용할 때마다 "아이고~오늘도 우리가 전세 냈구나." 했던 순간이 많았었고, 그랬기에 언젠가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 예측하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인간인지라 당장 내 불편함으로 이런저런 푸념과 못된 OO 놈들..., 하면서도 당장 차를 사지 않으면 많이 고달파지겠다 싶었다.  예고 없이 이런 일이 생기니 또 우리 민족 뼛속 깊이 박혀있는 빨리빨리 DNA가 꿈틀거려 한국 면허증을 영국면허증으로 바꾸는 일련의 기간을 제하고, 정말 번갯불에 콩 볶듯 차를 한대 구입해 버렸다.


영국 자동차 운전석은 오른쪽이다. 도로 진행 방향 또한 한국과 반대이고, 또 다른 이유를 차치하더라도 경제적으로 새 차는 무리였던지라 중고차 시장을 이곳저곳을 뒤져야 했다.  전 세계의 차들이 다 모인 이곳 중고차시장은 정말 어마 무시하게 방대했고, 차의 연식들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50, 60,70년대 올드카에서부터 이제 갓 세상에  나온 매혹적인 디자인의 차들, '나를 선택하라.' 아우성치는 그 차들을 뒤지고 뒤지다 사뭇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물론 다 그렇진 않았지만, 대한민국의 차들이 웬만한 유럽의 명차들보다 중고차 시세가 높게 형성돼 있었고, 그것도 아주 잘 팔리고 있다는 거다. 결국 내가 타고 싶었던 국산차는 예산초과로  포기 하고, 대신 유럽산 차를 살 수밖에 없었다. 유럽에서 모국차 타려 했다 가격에 쪼그라들고 말았다.


지금은 그러려니 하고 살고 있지만, 처음 영국 웨일스에 와서 은근 뿌듯했던 순간이 있었다. 우리 옆집 '우천사 아가씨'의 차가 우리나라 H사 i시리즈다. 지난해 그녀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아 이런저런 대화중 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그녀에게 한마디 했다. "K, 네 차 우리나라 차인 거 아니?" 했더니,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응, 알지. 나 벌써 두 번째 H사차 타고 있어. 10년 탔는데 잔고장도 없어 좋더라. 그래서 이번 차도 똑같은 차를 샀어." 하며 엄지 척을 하는 거다. 나와 H사는 눈곱만큼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왜 그때 어깨가 으쓱해지고 어깨에 뽕을 서너 개는 쑤셔 넌 듯한 느낌였을까?

어디 H사뿐일까? 새로운 로고로 탈바꿈한 K사의 매끈한 디자인의 차들은 이곳 어딜 가도 자주 목격된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우체국에 볼일이 있어 줄을 서 있는데, 내 바로 앞에 선 중년 여성이 내 휴대폰을 보더니 내 폰이 자기 거랑 같다고 재잘거렸다.(이곳 사람들은 살짝 미소만 지어주면 아무 말 대잔치를 끝없이 벌인다.) 그래서 난 또 쓸데없이 그녀에게 한마디 했다.

'니 전화기 어느 나라 제품인지 아니?' 

그녀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응, 그거 South Korea S사에서 만든 거야. 내 나라야.!"

우리 읍내 테스코 주차장에서 발견한 국산차들... 거리엔  다양한 차들이  더 많이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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