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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도시, 서로 다른 하루

도시의 그림자

by 봄이

런던 센트럴, 고요한 오후의 공원에 부드러운 바람이 분다.

햇살은 잔디 위에 살며시 내려앉고, 사람들은 여유롭게 웃으며 시간을 흘려보낸다.

아이들은 소리 높여 뛰놀고, 어른들은 벤치에 앉아 꽃내음 가득한 봄기운을 천천히 음미한다.

그러나 그 평화의 한가운데, 낡은 그림자처럼 한 남자가 누워 있다.
그는 자고 있는 걸까? 아니, 차라리 세상과의 연결을 조용히 끊어낸 사람처럼 보인다. 해진 옷차림, 얼룩지고 바랜 담요, 그의 존재는 말이 없고 그 침묵 앞에서 사람들은 조용히 고개를 돌린다. 누구도 다가가지 않지만, 누구도 완전히 외면하지도 못한 채 그 옆을 지나친다.


그리고 바로 길 건너, 거리의 카페테리아에선 전혀 다른 하루가 펼쳐진다.

반짝이는 접시 위엔 정갈한 브런치가 놓이고, 잘 다려진 셔츠와 윤이 나는 구두들이 테이블 아래에서 가지런히 멈춰 있다. 잔잔한 재즈 선율이 흐르고, 잔을 부딪치는 웃음소리 속에서 ‘결핍’이라는 단어는 너무도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 몇 걸음만 옮기면, 그 잔디 위엔 분명한 결핍이 있다.
카페의 의자는 안락하지만, 누군가에겐 그 옆의 잔디밭이 하루를 버틸 잠자리다.

한쪽에선 포크로 브리오슈를 자르고, 다른 한쪽에선 누군가 나눈 샌드위치의 마지막 조각을 아낀다. 삶은 그렇게, 너무도 가까운 거리에서 나란히 존재한다.

이 고요한 대조는 결코 런던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 어디에서든, 조금만 눈을 돌리면 이런 장면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도시가 품은 빛은 찬란하다.

하지만 그 찬란함 뒤에는 가끔 조용한 아픔이 숨어 있다.
같은 햇살 아래 있지만, 그 속의 삶은 결코 같지 않다.
누군가는 여유를 즐기고, 누군가는 하루를 견딘다.

겉으로 보이는 풍경은 하나일지라도, 그 안에는 서로 다른 두 현실이 존재한다.

이 차가운 대조가 내 안에 질문을 일깨운다.

우리는 정말 같은 도시를 살아가고 있는 걸까?
런던은 하나의 도시가 아니라,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두 세계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한쪽은 햇살 속에서 웃고, 다른 한쪽은 그림자 속에서 조용히 눈을 감는다.

사람들은 그 차이를 외면하고, 도시는 침묵한다.
그리고 세상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히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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