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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Mar 17. 2024

1파운드(£1)의 행복

영국에서나 가능한 나의 Collection


 

1파운드(£1)는 오늘 기준, 우리 돈 1,693원이다.

이 작은 돈으로 요즘 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리고 있다.

영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고부터는 날 좋은 날은 매일  텃밭 가꾸기, 꽃과 나무 심기에 바빴다. 뒤뜰 잔디를 다 걷어냈던 터라 그걸 정리하고, 가드닝에 정신없을 때였으니 딴 데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비 내리는 날이  유일한 외출 시간이었다.  비를 팡개 삼아 장도 보고,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며, 그곳 골목골목을 탐색하러 다니다 우연히 발견한 곳이 Charity Shop이다. 처음 몇 번은 남이 쓰던 물건이란 선입견으로 그냥 구경만 하고 다녔었다.

별별 게 다 있구나 싶어 구경하는 재미에 빠져 지내던 어느 날, 우리 동네 Charith Shop에서  내 눈을 반짝이게 하는 작은 소품을 하나 발견했다.

너무 예뻐 그냥 두고 나오기 서운해 만지작 거리다 결국 아래 아이 하나를 구입했다.

첫 번째 구입한 소품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너무 사랑스러운 "엔틱 도자기 트링켓 보석함"이다.


엔틱 도자기 트링켓 보석함

처음 구매한 엔틱 보석함

Shop마다 조금씩 가격차가 있지만 보통  £1 - £2다. 뭐든 첫 단추가 중요하듯, 난 한동안 이 아이들에 빠져 채리티 숍에 들르는 날이면 무조건 이것들만 찾았다.

2년 동안 이렇게 하나둘 모으다 보니 어느덧 나만의 컬렉션이 되었다.

큰돈 들이지 않고, 특별히 사용하지 않아 장식장을 차지하고 있지만, 여분의 시간이 생기면 들여다보기도 하고, 자리 배치를 바꿔주기도 하며, 먼지도 털어내고, 닦아주며 만지는 재미가 쏠쏠하다.

초창기 구입한 소품들---작아서 앙증맞고 사랑스럽다.

시간이 흐르며 보는 눈도 커져 채리티에서 들고 나온 소품들의 크기가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예쁜 엔틱 찻잔 Set나, 오래된 화병과 화분들로 시선이 분산됐다. 그러다 보니 종류도 다양해지고 숫자도 많이 늘었다. 요즘은 보기 좋은 그림도 종종 구입하고 있다. 뭘 구입하든 가격은 10파운드(17,000원) 미만이다.

색감이 말해 주듯 오래된 도자기 화병이다.


 닮은듯하지만, 그림이나 다지인이 다른  찻잔 세트 £5-£8(파운드)


 다양한 도자기 화병들

가장 최근애 들인 도자기 인형과 오스트리아 화병


누군 이런 말을 한다.

'그걸 어디에 쓰려고? '

처음엔 특별한 목적을 두고 구입한 건 아니었지만, 꿈이 하나 생겼다.

우리 집 뒤뜰을 좀 더 넓혀 적당한 크기의 근사한 시크릿 가든으로 가꾼 뒤, 사계절 꽃이 지지 않는 정원 속에 작은 티룸하나 만들어 사랑하는 가족들, 좋은 사람들과 도란도란 거릴 수 있는 공간에 저 아이들도 그 자리에 함께 앉혀 둬야지 하는 바람이자 계획(Plan)이다. 그러니 열심히 꽃밭을 가꾸고, 꽃들을 넘치게 심어야 한다.

예쁜 꽃들을 화병 가득 담아 사랑하는 이들을 맞이해야지...,

그날이 빨리 오길 바람 하면서 오늘 1파운드의 행복도 행복하게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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