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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Apr 26. 2024

옹달샘

이 작은 샘은 하늘을 담고 있는데, 난 왜 이렇게 옹졸할까요?

집 뒷 가든 끝머리에 작은 옹달샘이 하나 있습니다.

작년 여름 뒷 산에서 내려오는 물길을 잡으러 만들어뒀는데

요즘 같은 봄날 아주 요긴하게 잘 쓰고 있답니다.

깊이기 30센티도 안된 작은 샘이지만,

이제 막 파종한 씨앗과 식물들 갈증해소엔 충분합니다

커다란 물뿌리개에 한가득 물을 담아 꽃에 식물에 뿌리고

돌아오면 금세 가득 채워지는 마르지 않는 샘물입니다

식물뿐 아니라 뒷산에서 날아든 새들이 재잘거리며 세수도 하고

밤새 싸움질만 하고 다니는지 패잔병 모습을 한

호동이도 그곳에서 목을 축이곤 합니다

가끔 찾아오는 여우도 그렇고요.


지난 가을, 겨울 떨어진 낙엽 썩은 부유물이 물길에, 옹달샘에 가득합니다.


바가지로 물을 퍼 올릴 때마다 함께 올라와 물을 흐려놓지만

이내 가라앉고 맑은 하늘과 언덕 위 나뭇가지도 담아둡니다,

성질 급한 나는 물이 맑아지는 순간을 세어 봅니다.

하나, 둘, 셋........ 열다섯, 

열다섯만에  물이 맑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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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샘물이 열다섯만에 모든 걸 다 내려놓습니다.

열다섯만에 하늘을, 우주를 품어 안아줍니다.

 화는 이틀이 지나도 가라앉질 않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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