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봄, 집 근처에서 발견한 명이밭에서 나물을 뜯어 올 때마다 여린 뿌리가 하나 둘 뽑혀 따라 들어왔다. 그 여린 뿌리를 텃밭 한편에 조심스럽게 심어뒀는데, 올해 이렇게 잘 자라 그럴싸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중이다. 이게 과연 뿌리를 내릴까 싶게 투명하고 여렸는데, 땅이 좋아 그런지 부추랑 작은 군락을 이뤄 벌써 꽃을 피우고 있다.
명이잎은 식용, 특히 바베큐용 장아찌로 제격이지만,
나는 올봄부터 명이를 우리 집 텃밭, 꽃밭 지킴이로 임명할 예정이다.
명이를 앞세워 민달팽이와 한판 전쟁을 선포한다.
민달팽이 출몰지역 명이 배치!
↘︎ 명이(산나물) 꽃
영국은 민달팽이 천국이다.( 영국은 천국일 것도 참 많다. )
이놈이 나타나면 하룻밤 사이 얼갈이배추, 총각 무, 상치할 것 없이 다 사라져 버린다.
그러던 어느 날, 내 딴엔 엄청난 걸 발견했다.
우리 집 텃밭에 이 무자비한 민달팽이 횡포에 아랑곳 않고 꿋꿋하게 살아남은 채소들이 있었다. 명이, 부추, 파, 마늘이다. 궁금해 여기저기 자료조사를 해봤지만 특별한 정보는 찾지 못했다. 어쨌든 초토화된 텃밭에 유난히 이 아이들만 싱그럽게 잘 자라고 있었다. 잎사귀 하나하나 완벽하게 보존된 건 명이나물뿐이었다.
해서 올봄부터는 민달팽이 퇴치제는 이제 그만, 대신 꽃도 예쁘고 잎도 버릴 게 없는 명이를 하나하나 텃밭에, 달팽이가 좋아하는 꽃들 주변 여기저기 옮겨 심어볼 계획이다.
명이는 식용으로도 그만이지만 꽃이 이렇게 곱기에 큰 화초들 밑이나 여린 잎을 달고 있는 작은 나무 주변에도 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