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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May 25. 2024

남편에게 맞짱 뜨자 했다.

미완의 인간들...,

어제 오후, 장 보러 나갔다 여름꽃 몇 가지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처음 본 품종 4 폿트 £10(17,000원), 모모가 꽃을 담는 내게 또 꽃사냐며 잔소리에 짜증을 냈다.

그래놓고 본인은 와인과 위스키를 아무렇지 않게 주워 담는다.

고작 £10 어치 꽃 사는 걸 보고, 보란 듯  와인 여섯 병과 비싼 위스키 한 병을 담은 모모를 보고 있자니

순간 울화가 치밀어 올라 나도 한마디 했다.

"아니, 아무리 가든에 관심이 없다 해도 그렇지,

 꽃값이 술값 절반을 넘는다면 내가 말을 안 하겠다.

 술은 그렇게 사다 쟁이면서 꽃 좀 산 걸 갖고 늘 이렇게 짜증에 잔소리야. "

"술은 마시기라도 하지, 꽃을 먹을 수 있나... "

그렇게 말해 놓고 할 말이 아니었다는 걸 감지한 건지 말끝을 흐린다.

모모는 원래 꽃이나 가드닝에 관심이 없다.

내가 그렇게 가드닝을 하고, 온 집안에 꽃이 만발해도 별 감흥도 없고, 작은 감탄사 한마디 안 하는 사람이다.

"뭐? 꽃을 먹는 음식이랑 비교하는 거야? 그럼 술은 음식이니? 그거 마시고 보신 할 거야?

 지금 이 상황에 내가 뭔 말을 해야 하는 거야?"

"......"

할 말을 잃은 모모는 저만치 트롤리를 끌고 앞서 나가 버린다.


    ↘︎ 우리 집 가든에 핀 꽃들...

   

다채로운 색감의  구근 아이리스

오늘 아침, 식탁에 앉커피를 홀짝이고 있는 모모에게 내가 말했다.

"커피 마시고 나랑 뒤뜰에 나가 맞짱 한판 뜨자."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앞뒤 없는 나의 도발에 놀란 모모의 큰 눈동자가 이리저리 굴러 다닌다.

"응,  뭐라고?"

"아니, 지금. 당장 뒤뜰로 나가 맞짱 뜨자고, 한판 붙자고!"

모모가 마시던 커피를  살짝 품으면서 말했다.

"왜? 내가 뭐 잘못했어?"

"아,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니 지금 당장 나가자고, 나가면 알려줄게."

"여보세요, 나 태권도 4단, 합기도 4단, 합이 8단이야. 감히 누구한테 도전장을 내? 쪼끄만 게... "

"그건 잘 모르겠고, 난 당신 엄청 패주고 싶으니 당장 나가자고! 내가 맞더라도 널 한 번이라도 제대로  때려 주고 싶어서 그러니. 나가자고~어! "

"ㅎㅎㅎ~~ 이것 보세요. 내가 뭘 잘못했는지 말해주면 사과를 하던지 맞을 짓 했으면 여기서 맞을게, 아니 그냥 니 화 풀릴 때까지 때려라."

"그래? 맞짱은 못 뜨겠고 그냥 맞아주겠다~~"

이렇게 나오는 걸 보자니 알면서도 능청스럽게 넘어가려는 수작인가 싶다가,  어제일을 까맣게 잊었거나 아니면 정말 몰라서 이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지만, 본인이 모른다면야 한 대 때리고 이야길 해야겠다 싶어  그가 커피잔을 식탁에 놓고 잠깐 방심하는 사이 등짝스매싱은 너무 가벼울 거 같아 반바지 아래로 드러난 그의 허벅지를 야무지게 한대 내리쳐 버렸다.

"아!!~~~~~"

맞짱은 못 떴지만 내 매운 손바닥맛이 제대로 먹힌 것 같아 속이 다 시원해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그의 눈가에 눈물이 촉촉이 맺혔다.

아팠나 보다..., 나도 순간 심장이 살짝 쫄아들었지만 아닌 척하며 말했다.

"한 대 더 맞을 거야?"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커피잔을 들고 머리카락 휘날리며 2층으로 달아나 버린다.

많이 아팠을까?.

내 마음이 살짝꿍 아파온다.


↓  이랬던 우리가...                   ↓이렇게 한 장에 담기 어려워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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