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즉부터, 봄이 왔어요!
이곳에도 봄이 왔네요~ 외쳐댔는데
영국 3,4월은 봄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두꺼운 외투에 모자를 눌러쓰고 다녔고,
나 또한 아직 겨울 외투를 곁에 두고 있다.
3,4월인데도 음습한 안개가 울타리를 넘어 들어와
한겹 두겹 온 집을 감싸 안는 날이면 어김없이 비가 내린다.
↘︎ 동서남북, 사방에서 진격해 들어온 안개
다행히(?) 5월이 오니 매일같이 내리던 비가 3,4일 간격을 두고 내린다.
어제도 햇님이랑 비가 번갈아가며 오가더니,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햇살이 집안 여기저기 들어와 있다.
밤새 내려둔 커튼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햇살은
길다란 선을 그리며 리빙룸 바닥에 앉아있다.
후다닥 커튼을 걷어 올려 고운 햇살을 가득 보듬어 안는다.
매일 해를 보며 살던 시절 눈부신 태양,
그땐 왜 그렇게 햇볕을 피해 다니기만 했을까?
얼굴 탈까 무서워 모자에 양산에 그늘만 찾았는데,
지금은 온몸으로 해를 맞고 다닌다.
오늘 같은 날은 아무것도 안하고 해바라기만 해도 행복하다.
매일 뜨는 해에 묻혀 살던 시절엔 해가 이렇게 소중한 건지 모르고 살다
요즘엔 커튼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한 줄기 햇살이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지 온몸으로 느끼며 살고 있다.
우리집에 눌러 앉은 길냥이 호동이,
너도 모처럼 나온 해님이 좋구나.
나도 좋아 뒷뜰 꽃밭에 나가보려는데
그렇게 길목을 가로막고 있으니
차마 너의 단잠을 방해할 수 없구나.
따스한 봄햇살이 너를 꿈나라로 데려갔구나.
예쁜 꿈, 참치캔, 추루 먹는 꿈 많이 꾸렴...,
그 길은 너에게 양보하고, 난 부추밭을 가로질러 나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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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 벤치에 앉아 잠깐 졸았다.
그사이 옆동네 해변 꿈을 꿨다.
서둘러 바닷가로 향했다.
해변은 바람한점 없고 햇살은 고았다.
엄마품처럼 포근했다.
↘︎ 옆동네 Porthcawl, 바닷가에 멋진 '로열 포스콜 골프클럽'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