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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May 13. 2024

밥은 먹고사냐?

밥은 가끔 먹고, 빵 먹고살아요.

5월 1일구순이 되신 엄마는 여전히 자식 걱정뿐이다.

다 늙은 딸 보고 싶어 가슴이 아리시단다.

어버이날 엄마와 통화를 했다.


"엄마~~~"

"누구야~아?"

엄마는 오빠가 나라고 말하고 바꿔 주는데도 늘 이렇게(귀엽게) 전화를 받으신다.


"누구긴, 엄마 둘째 딸이지이~~"

"둘째 딸,  그래 내 새끼 언제 오냐? 언제 와~~.

  밥은 먹고사냐? 니 좋아하는 김치도  없을 텐데...,

  빵 같은 거 먹지 말고,  밥을 먹어야 해 밥을..., "


울 엄마는 예찬론자, 기승전 '밥'이시다.

밥보다 이곳에서 구하기 쉬운 먹거리를 많이 먹고사는 

나는 엄마에게 늘 비슷한 대답을 한다.


"밥 자주 먹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서 김치도 담가먹고,

  한국음식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다 해 먹고 있어요."


"그래, 그래야지,

 근데 언제 오냐? 보고 싶다.

 빨리 와라~~

 네가 보고 싶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내 새끼야."


예순이 코앞인 난 몇 해 전까지 울 엄마 강아지였다.

모국에 살 때 '엄마~'하고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면

엄마는 언제나 '내 강아지 왔냐?' 하셨다.

지금은 너무 먼 곳에 살아 엄마 강아지는 못된다.

강아지는 모름지기 곁에 있어야 강아지지,

그저 엄마의 그리운 내 새끼다.


엄마가 어린 자식들에게 밥상을 차려내주시던 시절,

엄마는 자식들이 맛있게 먹는 음식이 있으면

그게 반찬이든 찌개든 그걸 자식들 쪽으로 밀어주시고

당신은 김치에 밥을 드셨다.

게 중에 철든 자식이 엄마도 드세요. 하면 늘 같은 말씀만 하셨다.


"나 그거 안 좋아해. 김치가 제일 좋아. 니들 많이 먹어.

 나는 니들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의 기본 레퍼토리가 아닌가 싶다.

엄마는 우리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곁에서 흐뭇하게 바라보시고,

반찬이나 찌개가 바닥을 보이면 부엌으로 가 빈접시를 가득 채워 오셨다.

그때의 엄마가 그립다.

엄마가 후딱후딱 만들어 더 맛있었던 그때의 엄마 밥상이 그립다.

맛있게 먹은 자식들 곁에 앉아 함께 식사하시며,

흐뭇한 모습으로 급하게 먹는 자식 엉덩이 톡톡 치시며,


"천천히 많이 먹어.

누가 안 뺏어 먹는다.

급하게 먹으면 체해."


↘︎ 봄처녀 같은 울 엄마, 사랑해~^^

엄마, 초상권 그런 거 나 몰라. 이건 기록일 뿐이야.




2024년 봄, 가톡 프로필에 뜬 울 엄마. 가장 최근의 모습 같아 이렇게  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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