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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 Jun 18. 2024

유럽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2. 프랑스 파리 루브르에서 만난 집시 여인

만과 사랑의 도시 '파리' 아름다운 예술작품들, 아름다운 공원, 신이 빚어 센강 위에 살포시 얹어 논듯한 우아하고 매혹적인 다리들, 특히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산재해 나라가 박물관인 프랑스는 많은 인종들이 바글거리는 인종박물관이기도 하다.  몇 해 전 모모와 프랑스여행을 했었다. 그땐  6개월은 영국에, 6개월은 한국에 체류하며 지내던 때라 대중없이 주변국가를 이곳저곳 다녔기에 일주일 동안 파리에만 머무는 일정이었다. 


그녀들을 만나기 삼십 분 전,

센강의 바토 빠리지앵(Bateaux Parisiens) 유람선 선착장에서 1일권 티켓을 끊었다. (유람선을 타고 주요 관광지 근처 선착장에서 내려 관광을 하고,  다시 유람선을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일정)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서 차가운 강바람을 맞으며, 책으로만 봐왔던 내 버킷리스트 속 그림들을 드디어 직접 감상할 수 있겠구나 싶어 들뜬 마음으로  루브르 박물관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 파리에 입성하면 지하(옥) 철보다는 1일권 유람선 티켓을 끊어 가 보고 싶은 곳에 내려 구경하다 다시

     유람선을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 나가는 걸 적극 추천한다.

루브르에 도착해 보니, 한겨울인데도 박물관 유리피라미드 입구는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겨울 여행..., 비까지 내려 많이 추웠다.

우리는 박물관으로 들어가기 전, 옛 궁전의 모습(루브르 궁전)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모모는 대형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고, 나는 휴대폰을 들고 빙그르르 한 바퀴 돌며 동영상을 찍고는 곧장 매표소를 향해 걷고 있는데, 저만치서 여행객 같아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여인 세 명이서 방글 거리며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A4사이즈의 너덜거리는 명판장을 모모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우리는 OO나라의 굶주림과 폭력으로 억압받는 여인들과 아이들을 후원하는 OO단체다. 여기에 우리를 지지한다고 서명해 주고, 약간의 후원금을 내주라.'는 그들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경청하며 모모는 그들 중 한 명에게 받은 펜으로 주소와 이름을 적고 사인을 하려던 찰나, 셋 중 한 여인이 무리에서 모모 곁으로 한 발짝 물러서더니 순식간에 모모의 등 뒤에 서 있었다. 순간 나는 불길한 마음이 들어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고, 그런 나를 본 그녀는 잠시 주춤거렸다. 와 동시에 내 곁에 서있던 다른 여인이 내게 말을 붙이기 시작했다. '어느 나라에서 왔니?  몇 살이니? 자녀는 몇이니? 등의 말로 나의 시선을 분산시키려던 찰나 모모 등뒤에 있던 여인의 작은 손놀림을 나는 포착했고, 동시에 속삭이듯 모모에게 말했다.

"모모, 백팩 앞으로 메세요."

그 순간 모모도 뭔가를 감지한 듯 허겁지겁 메고 있던 가방을 앞으로 내리는데, 벌써 백팩이 반쯤 열려 있었다.

"당신들 뭐 하는 거냐? 가방을 왜 만지는데?"

그의 큰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루브르 궁선 한쪽 모퉁이에 울려 퍼지며 우리 곁으로 휘감아 되돌아왔다.

그 소리에 주변 사람들도 우리 쪽으로 시선을 모았고, 그사이 그녀들도 주변을 한 바퀴 휘 둘러보더니 벌써 저만치 우리에게서 멀어져 갔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신들의 언어로 시끄럽게 떠들며 군중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서로를 바라보며 어색한 미소만 지을 수밖에, 다행히 모모는 지갑이나 여권을 코트안쪽 포켓에 넣고 다녔고, 가방 안엔  카메라와 렌즈만 있었다. 카메라가 다소 무거웠기에 한순간에 그걸 빼내진 못한 듯했다.

이처럼 파리 유명관광지 어딜 가나 소매치기, 집시들이 늘 여행객들 속에 묻혀 있다.

우리처럼 하하 호호 정신줄 놓고 있는 사람들이 그들의 타깃이다.

기분 좋은 여행을 하려면 우선 가지고 있는 "내 것을" 잘 지켜야 한다.

절대 한눈팔지 말아야 한다.

그녀들이 아무리 꽃처럼 예쁘고, 미사여구로 홀려도 정신 차리고 모른 체하고 내갈길 가야 한다. 우리처럼 아이고 안 됐네요. 그래 그래 마구 사인해 줄게요. 덤으로 내 지갑도, 내 카메라도 털어가세요. 하면 절대 안 된다.

그 순간 당신의 소중한 것들은 그녀들의 배낭이나 에코백을 통해 블랙홀로 사라져 버릴 것이다.

어디 이 여인들 뿐 이겠는가?

파리의 지하(옥) 철은 소매치기의 텃밭이다.  우리는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비슷한 일을 겪을 뻔했지만, 모르쇠를 일관하며 앞만 보며 걸었다.


그런들, 저런들 파리는 여전히 아름답고 볼거리는 천지다.


어디 프랑스뿐만이겠는가?

이태리,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체코, 헝가리, 오스트리아, 독일 등 동유럽, 서유럽, 북유럽 할 것 없이 유럽 곳곳의 유명 관광지에서 그들은 여행자의 그림자처럼 주변을 어슬렁 거리며 방심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오래전 혼자 떠났던 스페인 바르셀로나 '성 가족 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 순례를 마치고, 가우디의 다른 건축물들을 보러 거리로 나서는데, 작은 체구의 여인들 무리가 혼자 걷고 있는 내 주위를 시끄럽게 떠들며 파고 들어와 나와 갑자기 보폭을 맞추며 내 몸 쪽으로 바짝 밀착해 왔다. 워낙 사람이 많아 그럴 수 있겠다 싶겠지만 이건 의도된 행동이구나 싶어, 오른쪽 어깨에 맨 에코백을 앞쪽으로 당기려던 찰나, 누군가 뒤에서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어머~"하고 소리를 지르니 내 곁에 있던 검은 머리의 작은 여인이 뭐가 문제냐는 듯 두 손을 높이 들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폭포수처럼 쏟아내며 휙~하고 앞질러 빠져나가니, 내 주위를 감쌌던 예닐곱 명의 여인들도 그녀를 따라 군중 속으로 물밀듯 사라졌다.


다행스럽게 나는 그런 순간마다 위기를 잘 넘겼지만, 작년에 프랑스 툴루즈로 파견 나갔던 딸아이는 툴루즈에서 '니스'로 여행하고 돌아오던 기차 안에서 핸드백 속 지갑을 소매치기당한 일이 있다. 분명 니스에서 기차표를 끊고 가방에 잘 넣고 가방을 크로스로 메고 일행과 대화를 하며 그 어떤 느낌도 느끼지 못했었다지만, 어쨌든 아이의 지갑은 그 작은 백에서 조용히 빠져나갔고, 아이는 당황해 우리에게 전화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딸아이는 예쁜 숄더백은 사양하고, 쉽게 열리지 않는 단단한 크로스백으로 바꿔 복잡한 영국 지하철로 매일 출퇴근하며, 자기 말로 안전하게 잘 살고 있단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한번 당하더니 자기 걸 단단히 챙기는 모습이 귀엽다.

여행중엔 예쁜 가방(백)은 집에두시고,

쉽게 열리지 않는 단단한 백을 챙기시라는 당부!!!!

#유럽여행 주의사항 #소매치기 #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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