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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by 들국화

가끔 그냥 그런 일들이 있다. 그냥 그런 일들은 그냥 그렇게 일어나고 그냥 그렇게 끝난다. 그 무수한 그냥 그런 일들 속에서 나는 그냥 그렇지 못하다. 그냥 그렇고 싶지만 그냥 그렇게만은 되지 않는 일들 투성이이다. 그저 그런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부러운 일처럼 느껴진다. 마음은 언제나 마음이기에 마음밖에 되지 못하고 나는 나이기에 나밖에 되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나는 가끔 나는 왜 나인가. 나는 왜 나밖에 될 수 없나. 나는 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까. 나는 뭘 더 할 수 있었을까. 나에게는 왜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을까와 같은 것들을 생각한다. 나는 왜 나인가. 나는 왜 나인가. 가끔. 아주 가끔. 가끔이라기엔 너무 자주. 그냥 그런 것들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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