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환 Jun 13. 2022

남극은 미세먼지가 없어서 좋겠어요

남극에서 알려드립니다 (3)

  한국은 조금씩 따뜻해지는 2~3월쯤, 서울의 친구들과 영상통화를 하면 꼭 듣는 말이 있었다.

‘나도 남극 맑은 공기 마시고 싶다. 서울은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 마스크를 못 벗어.’

  그렇다. 친구들의 부러움처럼 남극은 공기가 맑아서 좋다. 뿌연 미세먼지도 안보이고 황사도 없으니 마스크를 안써도 된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외부에서 입출입하면 마스크를 쓴다.) 미세먼지, 환경오염의 원인은 사람 아니겠는가?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남극은 공기가 맑고 깨끗하다. 

세종곶에서 바라본 노을. 구름 아래로 보이는 희미한 산은 가까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8~9km 거리에 있다. 높은 빌딩이 없고 먼지가 없으니 멀리 있는 산도 잘 보인다.

  남극에는 기지 유지에 꼭 필요한 발전기, 통신, 연구시설을 제외하면 공장 같은 산업시설이 없다. 이처럼 사람이 적으니 공기가 맑을 수 밖에 없다. 맑은 공기를 원없이 마셔서 좋은 한편, ‘사람이 적음=맑은 공기’를 뜻하는 것 같아 자연에 미안해진다. 환경교육을 받아온 세대이지만 교과서로 배웠던 것보다 깨끗한 남극공기를 마시니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百聞不如一見)이다.


작은 주황색 건물들이 세종기지이다. 킹조지섬에 세종기지와 같은 상주기지는 7~8개이다. 넓은 섬에 사람이 얼마 살지 않으니 환경이 깨끗한건, 슬프게도 당연하다.

  하지만, 맑은 공기가 곧 맑은 날씨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공기질은 좋아도 킹조지섬의 날씨는 대체로 좋지 않다. 뿌연 구름으로 덮여있는 날이 대부분이고 해가 하루종일 보이지 않는 날도 제법 된다. 게다가 바람도 무척 거세게 분다. 눈이나 진눈깨비가 강한 바람에 날리는 날이면 고글없이는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을뿐더러 작업원피스와 장갑에 눈이 젖어 춥고 손이 시리다. 그래서 어쩌다 해가 쨍하게 뜨는 날이면 대부분의 하계 연구원분들이 연구하러 나가신다. (물론 하계 연구원분들은 남극 체류일정이 짧기 때문에 날씨가 안좋아도 연구하러 나가긴 하신다. 멋지다.)

눈보라가 치던 어느 날. 킹조지섬의 날씨는 이처럼 대체로 흐리고, 눈 내리고, 바람이 강하게 분다.

  보통 날씨가 안좋아서 그런지 간혹 해가 뜨는 날이면 기분이 좋아진다. 빛을 먹고 자라는 건 식물만이 아니다. 몸이 무겁다가도 빛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져 트래킹을 다녀오곤 한다. 미세먼지없이 탁 트인 남극의 하늘과 바다를 보면 남극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두 번 다시 못 볼 광경인만큼, 잠시 카메라를 내려두고 오로지 순간에 집중하며 아름다움을 만끽한다. 하늘이 매번 날씨를 허락하지는 않기 때문에 맑은 남극의 날씨는 더없이 소중하고 귀하다.

작가의 이전글 남극에는 펭귄만 사는 것 아니었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