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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환 Sep 22. 2022

펭귄마을로 돌아온 젠투펭귄

남극에서 알려드립니다 (9)

여름철, 세종기지 근처 펭귄마을에는 두 종류의 펭귄이 서식한다. 젠투펭귄과 턱끈펭귄이다. 두 펭귄은 추운 남극의 겨울에는 따뜻한 북쪽으로 떠났다가 여름철 다시 펭귄마을로 돌아온다. 9월이 되면 젠투펭귄이 먼저 돌아오고 뒤이어 턱끈펭귄이 돌아온다. 8월 초부터 펭귄마을에서 젠투펭귄 개체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다가 지난주 주말에는 굉장히 많은 개체가 보였다. 

월동대원으로 누리는 특권 중 하나는 펭귄들의 번식활동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젠투펭귄의 번식활동 시기는 10월 초~3, 4월로 알려져 있다. 그 중 10월 초~11월 말에 짝짓기와 집짓기, 알낳기와 알품기(포란), 부화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는데 이 시기는 오직 월동대원들만이 관찰할 수 있는 시기이다 (왜냐하면 하계 연구원들은 12월 초에 세종기지에 도착하기 때문이다). 마침 오늘 날씨가 정말 맑아서 카메라를 들고 펭귄마을로 달려갔다.

펭귄마을 출발 전, 세종봉 위에 떠있는 독특한 모양의 구름.
펭귄마을로 출발할 때는 화창했지만 바다 건너편에는 구름이 낮게 깔려 있었다. 바람이 기지 쪽으로 불었기 때문에 얼마 안 가 펭귄마을도 흐려질 예정이다. 발걸음을 서둘렀다.
펭귄마을 가는 길에서 만난 남방큰재갈매기. 주변에 서식지가 있는지 경계음을 내며 머리 위를 맴돌았다.
펭귄마을 입구. 큰 바위에는 남방큰풀마갈매기 가족들이 서식한다. 
남방큰풀마갈매기는 성체 펭귄을 잡아먹기도 한다.
낮잠자는 남극물개. 물개를 방해하지 않으려 조심히 지나가려 했지만, 잠을 깨워버렸다.
펭귄마을. 불과 며칠 만에 젠투펭귄의 개체 수가 굉장히 많이 늘어났다. 펭귄마을 전체로 따지면 이 사진에서 보이는 개체 수보다 10배 이상 많은 펭귄들을 본 것 같다.
오랜만에 뜬 햇살에서 일광욕 중인 젠투펭귄들.
소규모로 무리지어 있는 젠투펭귄들.
젠투펭귄 가슴 팍의 검은 줄은 작년 여름에 펭귄팀과 연구를 위해 표시했던 것이다. 다시보니 무척 반갑다. 포식자에 먹히지 않고 월동을 건강하게 보낸 것 같아 흐뭇하다.
펭귄 똥을 먹이로 삼는 칼집부리물떼새. 젠투펭귄 사이를  지나다니며 먹이를 먹는다. 이 새를 볼 때마다 도대체 왜 남의 똥을 먹게 진화했는지 궁금하다.
사이좋은 젠투펭귄 한 쌍. 펭귄은 집안일과 육아를 함께 한다. 둥지도 함께 짓고 새끼도 번갈아 품으며 새끼에게 줄 먹이도 교대로 구해온다. 사람보다 낫다.
눈이 녹아 펭귄들의 배가 진흙으로 검게 얼룩져 있다. 
아직 둥지를 틀 자리를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젠투펭귄 한 쌍. 부동산 복은 없지만 사이는 정말 좋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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