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리와 스토리텔링
칼럼만큼 작가의 개성이 드러나는 글도 드뭅니다. 그만큼 작가가 다룰 수 있는 콘텐츠의 폭이 넓다고 할 수 있습니다. 했던(하고 있는)일, 취미, 관심분야, 읽었던 책, 미래의 계획 등이 칼럼의 콘텐츠가 될 수 있습니다. 글을 쓰다보면 이런 영역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기도 합니다.
아래 글은 스포츠와 코칭을 연결지어 쓴 글인데 이 코치님은 스포츠를 중심에 놓고 코칭에 대한 글을 10여편이나 썼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지만 그게 글쓰기에 사용되리라고는 글을 쓰기 전에 몰랐을 것입니다. ‘권투에서 배우는 코칭 질문’이라는 글을 한번 보겠습니다.
학창 시절 내가 절대 놓칠 수 없었던 TV방송은 무하마드 알리(Muhammad Ali)의 권투 중계였다. 상대의 주먹을 요리조리 피하고 코너레 몰려 있으면서도 당황하지 않고 상체를 앞뒤 좌우로 움직이는 그의 날렵한 동작에 열광했다. 경쾌한 풋 스텝(foot step)으로 링을 맴돌며 공격 찬스를 노리는 그는 마치 우아한 춤을 추고 있는 듯했다. 아직까지도 내 맘 속 최고의 권투 선수는 무하마드 알리다.
글은 학창시절 좋아했던 무하마드 알리로 시작됩니다. 어떤 메시지를 말하고 싶은지 독자는 짐작할 수 없습니다. 위 인용 글의 다음 문단은 무하마드 알리의 승률과 주무기인 오른손 스트레이트와 왼손 훅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문단에 와서 알리의 주먹과 코칭의 질문을 연결시킵니다.
경기가 시작되면 무하마드 일리는 상대가 마음 놓고 자기 자신을 드러내게 만든다. 코치도 질문을 시작하기 전에 고객의 상황과 감정을 먼저 공감하고 이해하며 신뢰 있는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고객이 자기감정과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비로소 고객도 질문을 피하지 않고 새로운 관점을 수용하고 변화를 시작할 마음을 가질 수 있다. (….)
그리고 글은 다시 알리와 포면의 기념비적인 경기로 넘어갑니다.
1964년 10월 30일 아프리카 콩고에서 32세의 알리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주먹을 가진 25살의 챔피언 조지 포먼에 도전했다. 당시 포먼의 KO율은 90%를 넘었다. (…) 알리는 로프에 기대어 포먼의 주먹을 피하며 상대의 체력을 소모시키고 자기 체력을 비축했고 8회 종료 20초를 남기고 상대가 지친 틈을 노려 결정적인 오른손 스트레이트 한 방으로 포먼을 쓰러트렸다. 전략을 세우고 결정적인 타이밍을 참을성 있게 기다린 것이다.
코치도 고객이 누구에게나 당연한 사실인 듯 자기 생각을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할 때 짧게 끊어 치는 펀치처럼 질문을 던진다. 훅 들어온 코치의 질문에 고객은 당황한다. 눈을 크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짓거나 고개를 들어 먼 곳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긴다. 그동안 갇혀 있던 자기 상자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관점을 만나는 순간이다. (…) 강력한 질문은 고객이 새로운 진실을 마주하게 하는 질문이다.
어떻습니까. 마음 속 최고의 권투선수 기억되는 무하마드 알리의 주먹을 코치의 질문과 연결시킨 멋진 글입니다. 재미있게 읽힐 뿐더러 코치에게 질문이란 이런 것이어야 한다는 인사이트를 주고 있습니다. 스토리텔링이 들어간 칼럼은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이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칼럼에서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에 대한 거부감이나 반감도 훨씬 줄어듭니다. 스토리텔링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감정을 터치하기 좋은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려면 예화가 곧 재산이 될 수 있습니다. 티브이를 보든, 친구를 만나든, 거리를 걷든… 귀를 열고 스토리텔링이 될만한 것들을 찾으십시오. 어찌보면 글쓰기는 이야기를 얼마나 재미있게 잘 하느냐, 이야기를 자신의 메시지와 얼마나 잘 붙이느냐가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 글에 포함된 예시글은 코칭경영원 <코치칼럼> 중 김종철 코치 '권투에서 배우는 코칭 질문'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