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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과 언어

-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리더의 언어

by 강진




‘리더와 언어’라는 제목을 붙여놓고 제프리 페퍼의 <파워>를 꺼내보았습니다. 제프리 페퍼 <파워>를 구입한 것은 2021년 경영코치들과 글쓰기를 시작할 무렵입니다. 경영 코치들과 글쓰기를 하려면 경영에 대해 좀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몇 가지 키워드 검색을 해서 책을 몇 권 샀습니다. 뭐든 관심이 생기면 책부터 사는 게 버릇이라서 헨리 민츠버그나 잭 웰치의 책 등과 함께 <파워>도 주문했습니다. 경영에 관한 책은 두께부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600페이지가 훌쩍 넘을 뿐만 아니라 하드커버로 되어 있는 것도 있더군요. 그렇다고 주눅들진 않았습니다. 경영학이나 리더십 책은 대략 어떤 내용으로 구성되는지 알고 싶었을 뿐이니까요. 우선 표지 디자인이나 새겨진 그림을 유심히 봅니다. 띠지가 있다면 대게는 거기에 책의 핵심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다음에는 저자소개, 뒷면에 있는 추천사 같은 걸 보고 나서야 목차를 확인합니다. 프롤로그나 에필로그가 있다면 꼼꼼하게 읽습니다. 그리곤 읽지않은 책 위에 쌓아둡니다. 책의 몇 가지만 봐도 내용을 대강 파악할 수 있고, 언젠가 필요할 때 필요한 부분만 읽으면 됩니다.

잭 웰치 <끝없는 도전과 용기>를 펼치니 프롤로그의 몇몇 문장에 밑줄이 그어져 있군요. 제프 이멜트, 레그 존스 같은 낯선 이름과 중성자탄 잭, 늙다리 잭 같은 별명. 1998년 6월 <비즈니스 위크>에 실린 커버스토리 덕분에 격려 편지를 받았고 그것을 계기로 책을 쓰게 되었다는 내용. 비지니스와 세계적인 레스토랑을 비유한 대목 등에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글에 에피소드를 자연스럽게 잘 끌어들이는구나, 글쓰기 강사로서 그런 생각을 하며 읽었던 기억도 났습니다. 헨리 민츠버그 <전략 사파리>는 목차를 보는 단계에서 덮어버린 책입니다. 누군가 추천해줘서 샀던 것 같은데 앞으로도 볼 일이 없을 것같은 책입니다.




<파워>에는 어떻게 그리고 왜 권력을 확립해야 하는지에 말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조직이나 리더의 언어 사용에 대한 내용도 있는데 15장 ‘감정을 움직이는 상징’에서 주로 언어와 권력에 대한 걸 다루고 있습니다. 지적 능력과 날카로운 지성에 감명을 받을 수는 있지만 이런 것들에서 좋아하는 감정이 받드시 생기는 것이 아니다고 말하며 이성보다는 감성을 섬세하게 다루는 언어 사용을 강조합니다. 이성보다 감성이나 감정이 우리의 선택과 행동의 중요한 요소이며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싼 현실에 직면하기를 꺼리고 인생에서 감성적 측면을 두려워한다고 합니다.

석유와 석유 제품의 소비자들에게 부과되는 세금을 ‘소비세’, ‘유류 판매세’ ‘노고 이윤세’ 등으로 부릅니다. 인원감축을 ‘해고’라는 말 대신에 ‘경력 재조정’ ‘재배치’라고 표현하고, 대형 병원에서의 실수인 의료 과실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보상 가능한 사건’이라는 표현을 쓰는 예시가 열거되어 있습니다. 아래의 공자와 모리스의 말을 보면 얼마나 큰 영향이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공자는 만약 한 나라를 통치하게 되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언어를 바로잡는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모리스(Morris)는 이렇게 말했다. “다른 사람들과 언어를 공유하게 되면 그 사람들의 행동을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통제하기 위한 가장 교묘하고도 강력한 도구를 갖게 된다.” - <파워> p.446)




언어는 사회적, 정치적으로도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정치적 사건이 생길 때마다 각 정당에서는 대변인을 통해 당의 입장을 발표합니다. 그들이 사용하는 어휘를 잘 분석해보면 각 정당이 어떤 프레임으로 사건을 규정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에서 어떤 사건에 대해 어떤 ‘워딩’을 사용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이때 사용하는 ‘워딩’이 사건을 보는 프레임을 만들고 결국 그것이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언어는 일반적으로 커뮤니케이션에 필요한 도구입니다. 정보를 전달하고, 전달된 정보를 보존합니다. 때로는 감정과 사고를 표현하고 상대방은 그것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언어의 기능 중 일부입니다.

조지 오웰 <1984년>를 보면 언어가 중요한 지배수단으로 나옵니다. 소설에서 빅브라더는 전체주의 실현하기 언어를 인간의 지배 수단으로 사용합니다. 특정한 어휘를 금지하거나 검열해서 언어의 사고를 통제합니다.


자네는 신어를 만든 목적이 사고의 폭을 좁히는 데 있다는 걸 모르나? 결국 우리는 사상 죄를 범하는 것도 철저히 불가능하게 만들걸세. 그건 사상에 관련된 말 자체를 없애버리면 되니까 간단하네. 앞으로 모든 필요한 모든 개념은 정확히 한 낱말로 표현될 것이고, 그 뜻은 엄격하게 제한되면 다른 보조적인 뜻은 제거 되어 잊히게 될 걸세. - 조지오웰, <1984>, p.75-76


언어가 권력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감정과 사고를 지배하하는데 언어를 지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장면입니다.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라는 구호를 굳이 가져오지 않더라도 인간의 사고와 언어가 얼마나 긴밀한 관계인지 알 수 있습니다. 언어가 없이는 사고가 불가능합니다. ‘마음’, ‘사랑’, ‘우정’같은 추상어와 ‘신’, ‘천국’ ‘지옥’ 같은 가상의 존재들은 언어로 표현되지 않았다면 존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오늘날 ‘리더’의 범주는 특정한 사람이 아니라 어떤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그 의마가 확대된 듯합니다. 리더의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일을 잘하는 것보다 태도와 소통이 중요해졌습니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에 태도에 무게가 더 실립니다. 태도 중에 몸가짐이나 자세가 비언어적 요소라면 말투, 사용하는 어휘 등은 언어적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통의 도구로써 말과 글, 그 중 잘 정리된 글은 소통에서 중요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소통을 넘어 구성원들에게 ‘프레임’을 보여주고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리더의 언어입니다. 예전에 비해서 리더에게 요구 사항이 많아졌고, 요구되는 폭도 넓고 다양해졌습니다. 소통을 잘 하는 리더의 언어가 좋은 리더가 되는 길이라면 조직 구성원들에게 상황에 맞는 프레임의 언어를 사용할 줄 알고, 비전을 제시해서 구성원들을 이끌어 줄 수 있는 능력도 리더가 갖춰야할 요소가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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