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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메타인지, 글쓰기(2)

by 강진

글을 쓰는 행위란 무엇일까요? 글이라는 결과가 나오려면 우리는 수많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합니다. 뭘 쓰지? 글의 처음은 어떤 문장으로 시작하지? 이렇게 쓰면 독자가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어휘보다 더 알맞은 어휘는 없을까?.... 짧은 글 한 편이라도 글쓰기 과정에서 많은 질문을 합니다. 할 수 밖에 없죠. 질문들의 답이 모여야 글이 될 수 있습니다. 답을 얻으려면 질문이 있어야 하는데 답보다 질문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글을 쓰는 과정은 메타 인지가 작동하는 과정입니다.

A 대표는 비즈니스 매거진에서 칼럼 요청을 받았습니다. 원고 마감까지 한 달의 여유가 있어서 수락을 했습니다. 무엇에 대해 글을 쓰지. 원고 수락을 한 순간부터 A대표는 고민합니다. 흔히 글감찾기라고 말하는 과정에서 뇌의 탐색이 시작되었습니다. 읽고 있는 책의 한 구절도, 티브이나 유튜브를 보면서도, 출퇴근 길에서 마주치는 상황도, 친구들 모임에서 오가는 말도 예사롭게 듣지 않습니다. 뇌는 글감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느라 열심히 움직입니다. 며칠 고민하다가 간신히 글감을 찾았습니다. 단골로 가는 평양냉면집 얘기로 글을 시작해서 사업에 성공하려면 가져야할 자세에 대해 쓰려고 합니다. 평양냉면집 이야기를 쓰려고 결정하고 나서 A는 세 번이나 더 그 집에 냉면을 먹으러 갔습니다. 그동안 수십 번은 더 냉면을 먹으러 갔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까 검증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주방도 살짝 들여다보고 벽에 걸린 식당의 역사와 창업자에 대한 글도 사진으로 찍어 오고 종업원들의 동선이나 말투도 살피고…A대표는 식당의 모든 걸 알아내려는 사람처럼 행동했습니다. 글감을 찾는 단계에서부터 평소와는 전혀 다른 뇌가 작동한 셈입니다.




간신히 A대표는 간신히 초고를 끝냈습니다. 처음부터 원고를 다시 읽어보니 전체적인 논리의 흐름이 이상합니다. 다시 읽으며 문맥을 고려하며 문장을 고쳐갑니다. 이 내용은 사람들이 반박하지 않을까. 억지스럽다고 생각할까. 검증을 원고를 퇴고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계속됩니다. 글쓰기 과정을 짧게 얘기했지만 과정마다 인지 위의 인지라고 하는 메타인지가 작동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글쓰기가 아니라 나를 더 잘 표현하고 나의 생각을 잘 전달하고 더 깊이있게 전달하기 위한 글을 쓰기 위해 생생함과 디테일이 필요합니다. 글을 쓰는 과정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쓸까 고민하고 그 ‘무엇'을 찾기 위해 주위와 사회에 관심을 기울이는데서부터 시작됩니다. ‘완성된 원고'는 긴 글쓰기 과정의 결과물에 불과한 거죠. 고민과 사유의 과정에서 글이 좋아지고 깊이가 생깁니다. 아울러 글쓴이의 사고도 확장되고 잠재되어 있던 창의성이 발현됩니다. 그 과정은 조금은 힘들지만 즐겁고 의미있는 일입니다. 프롬프트에 따라 결과를 주면서 AI가 즐겁고 의미있는 일을 했다고 느낄까요? AI는 학습한 통계 안에서 결과를 만들어 줄 뿐입니다. ‘고유한’ 뭔가는 빠져있습니다.

프롬프트만 입력하면 글을 써주는 시대에 ‘고유한’ 인간으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굳이 고민하며 글쓰기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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