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소한 고민들
몇 년 전, 인터넷에서 허언증이라는 단어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우리는 허언증이라는 단어를 쓰는 대신에 보통 입. 벌. 구(입만 벌리면 구라)라는 단어로 대체하곤 했다. 이 입벌구는 사실 진지하게 그 사람이 허언증이 있다는 뜻보다는, 과장되게 말하는 친구들을 놀리는 용도로 사용하곤 했었다.
다시 허언증으로 돌아와서, 주위에 있는 허언증이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은 정말 어렵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의 주변에도 허언증 환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걸 눈치채기는 쉽지 않다. 그들이 아주 철두철미한 거짓말을 하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조금만 말을 맞춰보면 그들이 한 거짓말들은 쉽게 들통난다. 그렇다면 어째서 허언증을 가진 사람들의 거짓말을 알아내기 어려운 것일까? 이 것은 그 사람들의 2가지 특징에 기인한다. 이 2가지 특징은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기 어렵게 만든다. 아래는 허언증인 사람을 직접 겪은 내 체험에 바탕에 두고 정리한 허언증인 사람들의 2가지 특징이다.
허언증의 첫 번째 특징은 아주 사소하고 작은 거짓말을 한다는 점이다. 어느 정도로 사소하고 작은 거짓말까지 하냐 하면 어제 저녁메뉴를 거짓말로 말할 정도로, 의심조차 할 필요가 없는 주제에 대한 거짓말을 한다. 예를 들자면 어제 가족들이랑 삼겹살을 먹었는데, 어제 뭐 먹었냐고 물어보면 가족들이랑 소갈비를 먹었다는 식이다. 이런 거짓말들은 누구에게도 피해도 가지 않고, 거짓말일 거라고 의심조차 안 하기 때문에 그 거짓말들이 밝혀질 이유가 없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일상생활에서 사소한 거짓말들을 숨 쉬듯이 한다. 어제저녁 메뉴, 내일 할 일등 일상에서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 작은 거짓말들을 반복한다. 내가 허언증이 아니기에 그들이 왜 이런 작은 거짓말을 반복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마치 더 큰 거짓말을 위한 예행연습을 하듯 알아낼 수도 없고, 알아낼 필요조차 없는 그런 거짓말들을 반복한다.
스케일이 크다고 하면 거창하고 대단한 거짓말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지 않다. 어디까지나 첫 번째 특징에 비해 크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새 차를 처가에서 뽑아줬고 그 차를 타고 왔을 때, 자신이 돈을 모아서 샀다고 한다거나, 자신이나 부모님의 수입을 부풀려서 이야기한다. 이런 거짓말들도 사소한 거짓말과 같이 알아채기가 힘들다. 왜냐하면 첫째로 의심을 할 이유가 없을 때 그런 거짓말들을 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너무 허무맹랑하지만 않으면 자신과 별 관련 없는 이야기에는 의심을 할 생각을 안한다. 그리고 뻔뻔하게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런 거짓말들을 늘어놓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그 말을 거짓말일거라고 생각할 수 없다. 일반인들이 거짓말을 할 때에 보이는 특징들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어렵다. 왜냐하면 한두 번 허언증 환자를 겪은 걸로는 그들의 거짓말을 알아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서 말했지만 허언증, 입벌구류의 사람들은 거짓말을 체계적으로 치는게 아니기 때문에 그 사람을 오래 겪다 보면 언젠가 그 모순이 드러난다. 그러나 그들은 항상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사실을 말할 때도 많고, 사실에 기반한 거짓말을 칠 때는 더욱더 많다. 허언증 환자라고 정신병자들처럼 정말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그들을 구별하기 위해서는 그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허언증 환자들은 구라 치는 것을 멈출 수 없고, 정말 숨 쉬듯 자연스럽게 구라를 치기 때문에 언젠가는 그들의 말에 모순이 생기게 된다. 이렇게 그들의 말에 모순이 생긴 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 그와 가까운 다른 사람과 말을 맞춰보길 바란다. 분명 같은 일인데 둘에게 각각 다른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계속 말하지만 허언증 환자들은 그때그때 생각나는대로 거짓말을 하기에 허언증 환자의 가까운 누군가와 그 사람이 한 이야기에 대해 맞춰보기 시작한다면 확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허언증인 사람이 악인이라고, 그래서 당장 그 거짓말을 공격하고 멀어져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허언증이 있지만 정말 성격 좋아보이고 착해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진짜 본성은 자신이 위기에 처하거나 궁지에 몰렸을 때 나온다. 그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떤 거짓말도 양심의 가책 하나 없이 내뱉을 수 있으며 그 거짓말을 사람들이 신뢰하게 만들기 위해서 가까운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그 거짓말들이 자신의 숨통을 조이는 순간이 와도 빠져나가기 위해 거짓말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면 아무리 좋아했던 사람이라도 실망감과 배신감이 들 수밖에 없다. 만약 허언증인 사람과 가까이 지내고 있다면 천천히 멀어지는 것을 추천한다. 위기 한번 없이 평탄한 인생을 사는 사람은 극히 드물기에 그 사람과 가까이 지내다 보면 언젠가 밑바닥을 보게 될 것이다. 밑바닥을 보고 실망하고, 거짓말에 말려들 수 있는 위험에 처하기 전에 점진적으로 거리를 두는 방법을 택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