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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지고 옅어진 열정, 다시 쓰는 이유

글쓰기는 글을 쓰면서 배운다

by 김정락 Mar 03. 2025

    

  한때 사명을 찾는 것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었다. 유행은 돌도 돌지만, 한순간에 휩쓸렸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아마 나도 그 유행 속에서 휩쓸려 사명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을 느꼈었다. 선한 유행은 환영할 일이지만, 지속되지 않으면 흔적만 남을 뿐이다. 어쩌면 인생도 그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사명을 찾겠다며 열을 올리던 그때, ‘백일백장’ 1기에 신청하면서 사명을 적어 냈던 기억이 난다. 그 글은 아직도 내 컴퓨터 어딘가에 남아 있을 테지만, 다시 찾아보기가 왠지 민망해서 확인하지 않았다. 그래도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은, 당시 내게 없던 도전과 용기가 나를 이끌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열정과 욕망. 그 시절, 나는 글을 너무 잘 쓰고 싶었다. 창피하지만, 누구라도 내 글을 읽고 피드백을 주기를 바랐다. 누군가의 조언이 간절했다. 그래서 글쓰기 관련 책을 잔뜩 사고, 필사하기 좋은 책들도 여러 권 구매했다.

  

  그때처럼 열정과 욕망이 샘솟았던 적이 또 있었을까? 그 시절 나에게 글쓰기는 마치 건축물을 쌓아 올리는 것 같았다. 레고 블록을 맞추듯 단어와 문장이 딱 맞아떨어질 때의 희열, 희미한 안개 속에서 연결점을 찾아낼 때의 뇌 안에서 느끼는 시원함. 글을 쓰면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글쓰기에 매료되어 겁도 없이 ‘백일백장’에 도전했다. 그 이후 글을 꾸준히 쓰지는 못했지만, 놓지는 않았다. 독서를 지속하지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책을 2권 출간했지만, 책을 더 내고 싶다는 열망은 컸지만, 정작 글을 쓰는 일은 무섭고도 힘들었다. 그래서 꾸준히 쓰지 못하면서도 간간이 이어왔다. 미루는 성격 탓에 쉽게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지만, 관련 도서를 읽다 보면 다시금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니, 지금 쓰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고, 3개월, 6개월, 1년 후엔 분명 후회할 것이 뻔했다. 그래서 다시 신청했다.


  이번 신청의 또 다른 이유는 글자 수가 1,000자가 아닌 500자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작게 시작해야 실천할 수 있는 성격 탓이기도 하다. 좋은 글은 퇴고가 쌓이며 쌓일수록 나온다고 믿는다. 카페에 올리는 글이 초안일지라도 일단 올릴 생각이다. 그 후에 퇴고를 거듭하면 글이 더 좋아질 테니까. ‘백일백장’에서 얻을 것이 많다는 것도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계속 신청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겠지만.


  지금은 거창한 사명이 없다. 그저 하루하루 해야 할 일에 충실할 뿐이다.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운동하고, 정리하고, 아이와 함께하고, 밥을 먹고, 청소하고, 잠을 자는 것. 그 평범한 일상이 쌓여 언젠가 더 큰 무언가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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