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샷이 멈추면 이야기가 시작된다

라운드의 순간들이 글로 이어진다.

by 김정락

최근 골프장에 다녀왔다. 역시나 좋았다. 좋은 동반자들과 나누는 웃음, 구름 한 점 없는 완벽한 날씨, 입맛을 사로잡는 음식, 그리고 최상의 골프장 컨디션까지 — 그날은 모든 게 완벽했다. 라운드를 마치고 골프장을 떠나는 길 위에서는 언제나 설렘과 기쁨, 열정, 그리고 다음을 향한 기대가 끊이지 않는다. 골프는 언제나 조금은 아쉬움을 남기고 끝나지만, 그 아쉬움을 글로 채워 넣기 시작하면서 나의 골프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연습장에서 공을 치지 못하는 날에도 나는 연습을 멈추지 않는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길을 걸으며, 차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나는 마음속으로 스윙을 그리고 퍼팅 라인을 상상한다. 짧지만 몰입도 높은 이 이미지 트레이닝은 나에게 ‘핑계 없는 골프’를 선물한다. 그리고 골프가 본래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인 순간, 마음이 놀랍도록 가벼워지고, 스윙은 오히려 더 유연해진다. 결국 좋은 샷은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집으로 돌아와 라운드를 글로 복기할 때, 나는 다시 한번 골프장의 모든 풍경을 마음속에서 되살린다. 바람은 얼굴을 스치며 봄의 향기를 실어 나르고, 잔디를 밟는 발끝에는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포근함이 전해진다. 드라이버 샷이 뻗어나갈 때 터져 나오는 “와!”, 공보다 땅을 먼저 쳐서 나오는 “아이코!”, 공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

갈 때 급히 외치는 “포어!”, 홀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는 퍼트에 새어 나오는 “아…”. 이런 소리는 단순한 감탄이나 탄식을 넘어, 내 골프의 일부가 되고, 내 이

야기를 채워준다.


글로 배우는 골프.jpg


예전에는 이런 순간들 하나하나에 안타까움, 실망, 놀라움, 좌절 같은 감정이 휘몰아쳐 마음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감정이 하나로 어우러져 내게 기쁨과 감사라는 더 큰 감정으로 다가온다. 실수와 성공이 뒤섞여 만들어내는 이 복합적인 감정은 골프의 본질이자, 어쩌면 삶의 본질이기도 하다.


골프장에서 배우는 감정의 균형은 삶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골프장은 단순히 인생의 축소판이나 거울이 아니다. 그곳은 자연이 깨어나는 공간이자, 삶의 본질적인 소리와 움직임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무대다. 그래서 나는 골프를 사랑한다. 물론 골프에도 단점은 있다. 그러나 단점이 없는 세상은 어디에도 없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어디에 시선을 두고, 무엇을 선택하느냐다.


나는 기술과 점수보다는 사람 냄새 나는 골프를 선택한다. 다른 각도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골프뿐 아니라 인생도 더 입체적이고 풍요로워진다. 시야가 넓어질수록 세상의 이치를 조금씩 깨닫게 되고, 골프에서 얻은 작은 통찰이 삶으로 확장될 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조금 더 다정하고, 조금 더 흥미롭게 보인다.


이제 당신도 나와 함께 골프 일지를 써보지 않겠는가. 샷이 끝나는 그 순간부터 마음속 감각을 붙잡아 글로 옮겨보자. 좋은 샷이든, 아쉬운 샷이든 글로 적어내는 순간부터 그 경험은 이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글로 실행하는 골프는 결국 우리의 골프뿐 아니라 우리의 삶을 조금씩 변화시켜줄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생각보다 훨씬 큰 기쁨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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