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고수는 없고 타짜만 있다

꾼과 명인

by 김정락

사람들은 골프를 귀족 스포츠라고 말한다. 귀족의 의미는 사회 특권 계층이 누린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예전 귀족이 자신들의 커뮤니티 조성을 위해 사회적 시스템 구축 즉 결속력 강화, 규율, 질서, 제도, 예의를 지키고자 틀을 만들었다. 그 형식은 복장, 경기규칙으로 시작되었다. 나중에는 발전해 인간관계의 연결로 이어진 것이다. 골프 기준점이 사회 기준점으로 결합해 질서를 확립할 수 있었다.


김우창 교수는 깊은 내 마음의 생태학에서 “문명의 역사는 질서와 혼란의 조합이다.”라고 말했다. 문명의 역사가 질서와 혼란이라면, 그곳에 사는 우리, 개인 삶도 마찬가지다. 의식을 깨워 생각해보면 얼마나 다행인가. 세상에 혼란만 존재하지 않고 모두, 그리고 나에게도 한쪽 면만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의 섭리는 양극으로 균형을 맞춰 돌아가고 있으니 공평하다고 할 수 있다.



세상 원리로 볼 때, 골프 기준이 성립돼도 여전히 혼란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 틈을 이용해 무리는 바로 ‘꾼’이다. 우리는 골프장에 출몰하는 ‘타짜꾼’의 등장을 진짜 경계해야 한다. 이들은 고수라는 호칭을 달고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또한 자기 모습을 감추기 위해-동반자를 배려하는 척-그럴듯하게 겉 포장을 심하게 한다. 이들은 모든 사람을 하수(下手)로 취급한다. 즉 내기로 돈을 뜯는 대상일 뿐이다. 진정성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꾼’, 이들은 실력 향상을 위해 내기는 필수사항이라며 입에 침을 묻히고 튀겨가면서 열변을 토한다. 누가 보면 대. 단. 한 지식이라도 알려주는 듯하다. ‘꾼’의 뻔한 이야기가 있다. 초보 시절 자신도 악한 ‘꾼’에게 걸려 엄청 돈을 잃고 열심히 노력해 실력을 쌓아 그들을 물리치고(?) 지금에 실력자가 되었다는 꼴같잖은 이야기를 영웅담처럼 말한다. 내가 이렇게 배웠으니 당신도 이 과정이 있어야 자기처럼 실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꾼’들의 패턴은 왜 변하지 않고 똑같을까. 그들만이 가진 나름의 거짓 같은 질서(秩序)적 사고가 있는 듯 보인다.


꾼, 타짜는 남을 잘 속이는 재주를 가진 사람이다. 골프 규칙의 복잡함을 간파해 얕은 지식으로 교묘히 그리고 뻔뻔함을 가지고 어기는 일은 다반사다. 골프장에 심판이 없다. 그 말은 골퍼가 그에 맞는 격을(신사, 숙녀) 갖추고 있다고 전제하고 자신들이 심판이다. 예의와 규칙을 스스로 지켜야 하는 의무와 책임이 그에 따른 양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꾼은 양심 따위는 관심도 없고 그것을 악용한다. 즉 신사는 지키고, 꾼은 너무나 태연하게 양심을 저버린다. 그리고 대신 다른 사람에게는 규칙을 철저히 따지고 안 지키면 양심 없고 책임감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상대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즉 사람의 마음을 교란해 돈을 뜯기 위한 작전이다.


가장 위대한 아마추어 골퍼, 바비 존스의 일화는 골프 정신을 그대로 보여준다. 1925년 US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존스는 1타 차로 선두였다. 우승 직전에 어드레스(스윙 전에 클럽을 바닥에 놓고 볼을 겨누는 자세) 하는데 볼이 움직였다. 자신 외에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지만, 경기위원회에 자진 신고하며 벌타 1점을 받았다. 그리고 연장전 가서 우승컵을 상대 월터 헤이건에게 넘겨주었다. 너무나 유명한 일화이고 바비 존스는 남을 속이는 비열한 행동은 할 수 없다고 판단해 실천한 것이다. 얼마나 위대한 행동인가. 그리고 골프 전설 벤 호건은 “나는 먼저 신사로서 기억되고 싶다. 그리고 골퍼로서 기억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들 고수를 넘어 전설과 성인도 예절(태도)이 경쟁보다 얼마나 가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이들의 골프 실력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바둑이나 어떤 분야에 뛰어난 사람을 고수 또는 명인이라 부른다. 그들은 자기 일에 꼼꼼하고 세심함을 넘어 독특한 성격일 수 있다. 그렇다고 상대에게 오만, 무시, 거만을 부리지는 않는다.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지 타인을 깔아뭉개는 사람은 없을뿐더러 그런 사람을 고수, 명인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다들 경험했겠지만, 고수일수록 깊은 품격을 갖췄다. 고수(高手)는 자신의 기품을 고수(固守)한다. 타짜일수록 모략과 잔꾀를 감추기 위한 수단으로 예의를 갖춰보지만 감출 수 없다.


안타깝게도 ‘꾼’에게 골프 실력으로는 이들에게 직접 혼란을 줄 수 없다. 타짜이니 말이다. 세상 이치를 믿고 따를 뿐이다. 나중에 신의 계산서를 치른다는 원리. 어떤 조치를 할 수 없다면, 김우창 교수의 말이 도움이 된다. “전통적으로 어지러운 세상에서 안정을 찾는 방법의 하나는 마음을 가다듬는 것이다. 마음 하나가 바로 있으면 모든 것이 바로 있는 것이다. 더 깊이는, 안정을 추구하는 마음의 포기까지를 포함하는 마음을 닦고자 하였다.” 일단 꾼은 피하는 게 상책인데, 어디 삶이 꼭 그렇게만 되는가. 재수 없으면 부딪치는 날이 있다.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우리는 마음 수양에 힘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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