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시작은 의심과 오해, 지금은?

만남과 인연

by 김정락

그녀와 통화 괜찮을까? 의미가 있을까? 그녀와 인연은 행운이었을까?


울리는 전화벨, 그녀와 통화를 약속한 시각이다. 칼같이 정확한 시간, 전화를 받았다. 스피커 너머로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 “여보세요”. 이미지로 본 얼굴과 목소리는 달랐다.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고 당당함이 전달되는 듯했다. 나는 순식간에 압도되었는지 조심스러웠는지 분간하기 어려웠지만 대답했다. “아····안녕하세요.”

그래, 우선 통화해보고 딱 잘라내지 말고 한 달만····한 달 정도면 괜찮겠지····이력은 화려하다 못해 넘쳤다. 누가 봐도 엄청났고 대단해 보였다. 그녀는 전화로 나를 파악하기 위해 이것저것 물어봤다. 나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대답했다. 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했던 건 첫 만남에 대한 부담도 있었고 내용 흐름을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때는 간절했다. 여기저기 찾아보고 만나보고 알아봤지만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만족을 채우지 못해 혼자 표류하는 시기가 길어질 때쯤 그녀를 만난 것이다.


첫 만남은 어색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녀 눈을 적극적으로 쳐다보려고 노력한 것 같다. 그렇게 보니 눈이 아주 크다는 사실, 그리고 맑다는 사실도 눈치챌 수 있었다. 첫 만남인데 그녀는 나를 너무 좋게 보는 듯했다. 동방예의지국의 국민이라, 어려서부터 예절 교육에 익숙해서 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칭찬은 기분 좋게 했지만,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가 칭찬하는 내 모습과 실제 모습의 다름이 드러내게 될까 봐 가슴이 죄어왔다. 아직 내 실체를 파악하지 못해 좋은 모습만 보는 게 아닐까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또, 사회생활을 위한 통념 된 말, 관계를 매끄럽게 하려고 서로가 주고받는 퇴색된 말과 행동으로 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를 알면 알수록 오묘했다. 아니 내가 상식적으로 아는 다른 사람과는 달랐다. 처음에는 단순히 예뻐 보이는 얼굴로 타인에게 적당히 맞춘다고 봤다. 그런데 그녀는 달랐다. 말과 행동에 적의, 즉 나쁜 의도가 없었다. 말과 행동을 허투루 하는 법이 없고, 내공이 실려있었다. 그리고 항상 자기 말을 지키는 모습을 보이고 거침이 없다. 이야기 속 목소리는 낮고 조곤조곤함과 격정의 톤으로 그리고 표정은 아기 같은 기쁨과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한 개라도 더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전달되기도 한다.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본 사람이라면 상대 목소리와 표정에서 느낄 수 있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본인을 돌아이라고 말한다. 단어를 뜯어보라고 했으니, ‘돌’은 맞아 보인다. 즉 거대한 바위 말이다. 변함없고 흔들림 없이 그 자리에 딱 자리 잡은, 세상에 없는 희귀한 돌. 태산 같다고 표현하는 게 맞다. 내 눈에 그렇게 보인다. 교육관은 보여줘야 한다며 실천하는 그녀는 남다름을 가지고 있다. 그 남다름의 차이가 그녀만의 창의, 창발을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아이’는 아니다.


그녀에게 끌려던 점은 나와 비슷한 부분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녀와 나는 전부 다르다. 그녀가 훨씬 다양한 지식과 경험 등이 많다. 그런데 한 가지, 내 처지를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고 나와 비슷한 입장을 가졌다고 나는 봤다. 그것을 본 나 또한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다. 남들이 나에게 해준 조언과 충고가 그들에게는 좋은 의견이었지만, 나에게는 공허한 메아리요, 나쁜 의견이고 경계해야 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의견은 충고요, 조언이요, 견해가 되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나를 정확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위로해 줄 때 왜 공감하지 못했는지 알겠다. 이래서 공부해야 하나 보다.

그녀를 더 자세히 알게 되었고, 덕분에 내가 변하기 시작했다. 어려운 책도 읽고. 아! 읽으라고 했던 책 아직 못 읽거나 살짝 남기고 다른 책 읽었는데 혼내려나. 뭐 혼내면 혼나야지. 누가 나를 위해 쓴소리를 하겠는가, 그게 보약인데 말이다. 그런 한 사람쯤 있어도 좋은 세상이다. 내가 갈 길은 아직 한참 멀었다. 지식도 쌓고 재구성하고 사상도 만들어야 하고. 무엇이 먼저인지는 알겠다. 쌓는 것이 먼저다. 미래,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만남 #인연 #의심 #오해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골프 고수는 없고 타짜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