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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락 Feb 28. 2023

글쓰기 어려운 나에게 일어난 일

*골프로 인간 무늬를 그리다 매거진은 화, 목, 토 오전 11시 발행합니다.     


제가 쓰지 않았습니다. 그날은 왠지 달랐어요. 나는 가볍게 뛰고 있는데 누군가가 난데없이 바람에 실려 목적지에 갖다 놓았다고 해야겠습니다. 반쯤 감긴 눈은 노트북을 응시하고 손은 아주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표정은 너무나 당연하듯 평화롭고 산들바람이 푸르른 풀밭을 살랑살랑 스치듯 지나가는 고요함이었습니다. 그날은 의자와 엉덩이는 서로에게 분란을 일으키지 않았어요. 항상 그곳에 앉으려면 엉덩이는 소란스럽고 어수선해 자리 잡지 못해 행복감보다는 짓눌리는 아픔을 맛보아야 했습니다.       


신통방통했습니다. 사실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글쓰기가 너무 힘들어 앉아 있으면 시선은 노트북 화면을 응시하며 시간이 멈춰버린 냉동인간과 같았습니다. 한 문장을 쓸라치면 문장과 문장 연결을 위해 어떤 단어를 사용해야 할지 헤맵니다. 책을 읽고 사전을 뒤적거리고 머리를 싸매거나 쥐어짜야만 한 문단, 아니 한 문장 하나하나 겨우 완성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긴 시간 앉아 있으면 엉덩이는 가렵고 흐느적거리며 의자는 점점 딱딱해져 위로 솟구쳐 결국에는 일어나게 만듭니다.  


발행 후 내가 내 글을 보는 것도 두려워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날은 내 글을 아무리 다시 봐도 신기했어요.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다고. 나는 전혀 의도하지 않고 무엇에 홀린 듯 뇌를 거치지 않고 바로 손이 뇌가 된 듯 썼을 뿐이었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통해 이 글을 세상 내보내려고 기적을 준 것 같았어요. 신의 선물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의 기적, 영혼의 자극이라는 느낌이요. 그때를 떠올리면 알 수 없는 감정이 목덜미를 타고 등과 날갯죽지를 관통해 팔 아래를 찌릿찌릿한 전기가 흘러내림을 느꼈습니다. 짧고 굵은 손으로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까 봐 두 손을 포개서 가슴을 압박했습니다.      


정말 신이 존재할까요?

여러분은 운, 행운을 믿으시나요?     


여러분도 잘 알고 있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의 저자 스캇펙 박사가 책을 탈고하고 자신이 쓴 게 아니라 어떤 영적 힘에 끌려 썼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마치 제인 로버츠 같았습니다. 그때 저는 당연히 홀려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나한테는 이런 능력이 없어요. 글을 절대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발행 며칠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신기할 뿐이었어요. 남들이 이야기하는 운, 기적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혹 신이 있다면 나에게 글을 계속 써도 좋다는 초보에서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는, 자격을 받은 느낌이랄까요.     


매일 새벽 5시에 7개월째 독서 모임을 하고 있어요. 책을 읽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글쓰기를 위해서는 필요하며, 어떤 경우에도 한 번을 빠지지 않고 반드시 지켰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5~7장씩 매일 쓰기로 작정하고 나서는 새벽 3시 30분부터 쓰기 시작했어요. 이 시기는 정말 속이 뒤집히고 열이 머리끝까지 올라와 뚜껑을 뚫고 올라오는 듯했어요. 잠은 왜 이렇게 오는지,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럼, 왠지 패배자가 될 것 같아 참았어요. 정말 피똥 싸듯 나름 애썼습니다.  

    

독서 모임 리더는 ‘내가 계획대로, 예상한 대로 되지 않고, 느닷없이 어떤 힘이 자신을 이끈다고.’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생각해 보면 자신이 계획한 일이 모두 잘되었나요? 저는 계획을 잘 세우는 편도 아니었고 짠다고 해도 잘 안 됐어요. 리더가 자기 경험을 말하는데요, 꿈에서 깰 때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에게 글 쓴 내용을 알려줬다는 겁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그저 부러웠습니다. 그다음 날부터 저도 미래의 나에게 부탁했어요. 현재의 나에게 알려달라고요. 그런데, 확실하게 저에게는 안 일어났습니다.  

   

매일 글쓰기 5~7장 이상은 저에게는 엄청 힘든 과제였어요. 완성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로 속이 메스껍고, 식도에 무엇인가가 걸려 있는 느낌이 들었죠. 음식을 삼켜도 넘어가지 않고 역류하는 느낌으로 매우 불편했습니다. 마무리를 못 하고 있으면 아주 친숙한 친구가 등장합니다. 즉, 악마죠. 어떻게든 나를 포기시키려고 하고 항상 옆에 달라붙어서 잠과 수렁에 빠뜨리고, 나약하게 만들고 심지어 나를 좋아해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제가 정말 싫어하는 놈이에요. 보이지 않는 악마와 늘 사투를 벌이고 버텼습니다. 이 어려운 과정을 거친 결과가 신의 선물로 연결된 것으로 생각해요.     


내 능력에 한계를 짓고 있었는데 7개월의 새벽 독서와 한 달 전 시작한 새벽 3시 30분 책상 앞에 앉았던 행동이 장벽을 허물어 준 것이 아닐까요? 신은 그 문틈으로 선물을 내려보낸 것은 아닐까요?     

그만큼 간절했고,

그만큼 치열했고,

그만큼 지독했고,

그만큼 냉혹했고,

그만큼 사투했고,

그만큼 버텨냈고,

자신을 극한으로 강하게 밀어붙여야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간절히 원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왔어요. 저는 이번 경험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씨앗에서 발아, 줄기와 싹을 틔우고 줄기와 나무로 성장해 꽃을 피우게 됩니다. 꽃을 개화하는 단계까지는 쓰디쓴 그리고 처참한 과정을 통과해야 하죠. 잘 알다시피 과정은 건너뛸 수 없고 그렇게 되면 비정상적인 일이 생기죠. 소로우의 일기에서 ‘자연은 절대로 서두르지 않는다. 늘 속도가 일정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자연은 항상 그 자리에 있어요. 인간이 조급해하며 허둥지둥거리죠. 인간은 서두르면서 자연을 훼손하고 방해하고 망치게 합니다. 즉, 자연을 거부하면 인생도 악으로 치닫게 됩니다. 

     

그래서 신이 판단하는 거죠. 내가 받을 자격이 있는지 말입니다. 원하는 걸 바로바로 신이 주신다면 과연, 우리가 간절하고 치열할까요? 소망이 아무런 대가 없이 주어진다고 생각해 보세요. 대혼란이 일어나 올바른 세상은커녕 질서가 무너지게 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지요! 운, 행운, 기적은 그냥 오는 게 아닙니다! 자신이 받을 자격을 갖추어야! 신은 ‘음, 그래! 너 꾸준히 하고 있었구나! 자격이 된다. 이제 받아라. 네가 주인이다.’ 그때서야 우리에 선사해 주십니다.     



이야기가 허황하게 들리시겠지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럼, 운동선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운동에 관심이 있으면 프로 야구 선수가 투수 공이 수박 크기로 보였다는 이야기 들어 보셨을 거예요. 야구공 크기가 대략 230mm(23cm) 정도 됩니다. 그런데 수박 크기로 보였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갑니다. 여러분도 수박이 날아온다면 어떤 공이든 못 치겠어요? 이 경험이 있는 몇 명 소수의 선수는 어떤 공이 날아와도 다 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쳤다고 말합니다. 한마디로 미친 날이죠. 과연 이 현상은 선수의 시력이 좋아진 것일까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저는 골프 경험이 30년이 되는데요, 2018년도 10월, 2019년 6월 정확하게 8개월 안에 홀인원을 두 번 했습니다. 아! 홀인원 알고 계시지요? 파3(par 3,)에서 한 번에 홀(구멍)에 집어넣는 것을 말합니다. 대부분 홀인원을 운이라고 하는데요, 제가 봐도 운이 맞습니다. 골프다이제스트 전문잡지와 홀인원 전문 보험사의 자료에 따르면 ‘홀인원 할 확률은 12,500분의 1로 50년 동안 매년 250회의 라운드를 할 때 한번 성공할 확률’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홀인원도 잘하는 사람이 확률이 높다고 말합니다. 저만큼 라운드 횟수가 없는 사람으로서는 홀인원은 기적과도 같습니다.

      

저는 골프에 오랜 시간 공들이고 노력을 쌓았습니다. 골프가 좋고 잘하고 싶어 배움도 멀리하지 않고 꾸준히 배웠어요. 즉, 잘하는 방법은 배우고 꾸준함밖에 없었어요. 왜냐하면 남들보다 탁월한 재능이 없었어요. 특출나지 않아 오직 반복 연습뿐이었죠. 연습으로 허리가 끊어질 만큼 아팠고 실제 다치기도 했지만 단, 5분이라도 연습하려고 집 앞 놀이터, 주차장을 활용했어요. 홀인원 현상도 자연이 저에게 준 기적, 운이 맞습니다. 골프와 글쓰기에서 얻은 기적은 신의 선물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지요. 운, 행운도 아무 노력 없는 사람에게 오지 않는다는 진리를 확실하게 깨우쳤어요.  


야구공이 수박으로 보이는 현상, 골프의 지속,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의 기적이 아니면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글쓰기에 탁월한 재능이 없어서 더 지독하게 해야 해요. 혼자 쓰면 실력 향상이 더뎌서 골프와 마찬가지로 함께 씁니다. 글을 3시간 이상 쓰려고 해요. 왜냐하면 어떤 날을 A4를 2~3장 채울 때 며칠 일 걸리기도 합니다. 그만큼 월등한 재능이 없다는 증거죠. 내 능력의 한계에서는 토 나올 정도로 빡빡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신이 준 선물은 앞으로 글쓰기를 계속해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느낌입니다. 

     

저는 이 경험을 신의 선물이라고 믿습니다. 단지, 운과 행운으로 치부하기에는 그들의 노력을 살짝 폄하는 것은 아닐까요? 매일 꾸준히 하는 사람에게는 신은 신호를 보내줍니다. 즉, 선물이겠죠. 그날그날 자기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묵묵히 지켜낸 결과의 산물입니다. 이때 신의 선물을 받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신의 계시는 그 자리에     

적합한 사람에게, 

꾸준한 사람에게, 

부단한 사람에게,

줄기찬 사람에게, 

진득한 사람에게, 

끈덕진 사람에게 운과 기적이 반드시 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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