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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락 Feb 20. 2023

신사의 스포츠 골프, 과연 신사적인가?

나는 무섭다. ‘네 불행이 나의 행복이다.’라는 말이. 

평소에 누가 이렇게 말하면 어처구니없이 그 사람을 쳐다보겠지만 내가 있는 곳은 이 말이 너무 평범하게 통용된다. 그곳은 신사 스포츠로 불리는 골프장이다. 나는 골프 경력 30년을 지닌 골프전문가다. 골프 지도 경력 20년, 지금껏 나에게 지도받은 받은 학생의 수는 셀 수 없을 정도다. 골프를 인문학과 연결해 책1)을 저술했으며, 골프초보자를 위한 골프 스윙 실용서2)도 출간한 작가다. 그리고 골프와 인문학을 엮은 책은 골프 수업 교재로 활용하고 있다. 전문가적인 나의 견해로 볼 때, 골프 자체는 사람 마음을 이해하고 통찰을 끌어내지만 실상 골퍼를 세심하게 관찰하면 모순된 부분이 왕왕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적어도 나에게 골프는 신사의 게임이 아니다. 대부분 그렇게 알고 있지만, 이면에는 다양한 모습이 존재한다. 친목을 다지는 경쟁의 내기라는 명목하에 위에 언급한 내용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다. 나도 예외 없이 게임을 즐기면서 내 안에 나를 드러낸다. ‘무섭다’라는 저 표현이 익숙하다는 것이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동반자 실수에 속마음은 쾌재를 부르고, 마음을 들키거나 표현하지 않으려 재빠르게 상대 앞을 지나간다. 상대방 실력의 실수와 빈틈은 우리 마음을 그렇게 편안하게 해 줄 수 없다. 동반자의 불행으로, 내 능력과 노력에 상관없이 경쟁의 승리로 돈을 움켜잡는 행운의 달콤함을 맛본다.


     골프 게임도 건전함과 불건전함의 중간 형태의 집단 모임이다. 즉, 신사와 비 신사로 어우러져 있다. 4명의 구성원은 경기 외에 치열하게 서로의 관계를 이어간다. 스윙 점검하는 사람, 퍼팅 점검하는 사람, 스트레칭으로 몸을 점검하는 사람, 대화를 통해 상대를 점검하는 사람들. 보이지 않은 견제를 통해 시작 전부터 경쟁이 시작된다. 게임 후 받을 상처, 부러움, 자존심, 시기심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해 ‘바빠서 연습 시간이 없다. 허리가 아프다. 어제 잠을 못 잤다.’라며 한가락 깔아놓는다. 


하지만 각자 구성원 4명은 다른 친구는 몰라도 저 친구만큼은 꺾고 승리를 쟁취하며, 이를 깔고 온 세포와 신경을 곧추세우고 있다. 게임의 규칙도 중요하지만, 오늘은 무조건 이겨야 하고 감정 따위는 필요 없다. 오직 승리만을 위해 남모르게 칼을 갈았다. 복수를 꿈꾸는 동반자에서 받았던 창피, 수모, 무시, 멸시, 모멸을 갚아주기 위해 오늘날만 기다렸다. 서로가 이 감정을 받지 않으려 오늘을 위해 필사적이었다. 그들은 같은 마음이다.      

골프는 그날의 게임 규칙을 합의해서 변경할 수 있다. 그들은 상의, 설득, 합의 후 규칙까지 치열하다. 무조건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적용하려고 점잔을 떨면서도 손해 보기 싫어 치열하다. 자신이 약하거나 힘이 없으면 이 과정을 중요시한다. 왜냐하면 여기서 밀리면 승리할 확률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갈등이 계속 부딪치며 기선을 제압하려 자신의 본성이 드러나기도 한다. 서로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며 몹시 화가 나거나 흥분하여 얼굴빛이 변하거나 목소리 톤이 달라진다. 


네 명 중 고수는 귀찮은 듯 상의부터 규칙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빠진다. 나머지 셋이 합을 보면 하수가 정한 규칙에 맞춰주는 초월적 태도를 보인다. 즉, 깔보는 태도다. 고수가 빠진 틈을 이용해 하수 한 명이 약삭빠르게 기회를 잡아챈다. 전략을 짜도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프로 규칙대로 치자!’고 가장 어려운 규칙을 말한다. 다른 하수가 실력을 뽐내기 위해서는 약간의 느슨한 규칙이 필요함을 느껴 가장 보편적인 규칙을 따르자며 슬며시 견제를 넣는다. 마지막 한 명은 둘 다 비슷하다고 판단해 경험해 보지 않은 새로운 규칙을 제안한다. 가장 공평하다고 말하지만, 자신은 다른 곳에서 경험 한 상태다. 


팽팽한 합의 과정은 자기 이익 추구로 좀처럼 좁혀질 것 기미가 없다. 보다 못한 고수가 답답한 듯 등장한다. 하수들은 기회를 날렸다는 생각에 아차 싶었다. 자기들끼리 합당한 이유를 대면서 공정한 척했지만, 속에는 시커먼 감정으로 일치시키지 못했다. 그들에게 유리한 규칙을 만들 수 있었지만 서로 동조하지 못해 서열 맨 위, 고수가 하수의 의견들을 갈아엎는다. 고수가 공평한 방식을 제안했고 그들은 수긍할 수밖에 없었고 좋은 기회도 놓쳤다. 결국 게임 방법은 고수가 이기는 구조라며 불만이 쌓인다. 이때부터 그들은 본성인 시기심과 경쟁의식이 고취되고 질투심이 폭발하게 된다.


우리 사회도 그렇지 않을까? 밑에 있는 사람들끼리 투쟁하고, 경쟁하고, 노력해 자기들 의견을 내세운다. 서열에서 밀리는 사람들은 자기들끼리의 의견조차도 관철하고 양보하지 않는다. 결국 그들은 과한 욕심으로 유리한 기회를 스스로 날려 버려 드러나는 일이지 않을까? 그것은 골프장에서조차 드러난다. 서로가 한 발짝 뒤로 물러났더라면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을 것이다. 항상 질투와 시기는 나에게 손해로 돌아온다.     


이제는 실전이다. 사실 그들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음을 미리 짐작하고 있었다. 그날 새벽 잠을 설치게 예약 문자를 보낸 것 처럼 나는 강인한 의식으로 남들 몰래 칼을 갈았던 시간의 본성을 드러내야 할 때다. 말로만 동반자인 그들은 겉으로는 응원과 박수지만 속으로는 시기와 질투다.


인간의 본성과 달리


어쩌면 기쁨 속에 비난을, 

어쩌면 진심 속에 경멸을, 

어쩌면 호의 속에 비굴을

어쩌면 반가움 속에 흑심을,

어쩌면 공손 속에 비웃음을,

어쩌면 찬사를 가장한 조롱을 품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물 밑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기세에 밀리지 않으려고 똥줄이 타다 못해 약한 힘으로 밀리지 않으려고 온갖 힘을 다한다. 즉 애면글면하는 것이다. 또 게임에서 실수를 줄이려 섬세하게 살피는가 하며, 말은 자신의 겸양을 챙기면서도 치명타를 날릴 수 있는 비수의 한마디를 준비한다. 동반자이지만 서로가 적군도 아군도 아니며 단지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협력하고 무익하다 싶으면 나를 대신해 사살(射殺)하는 관계로 변한다.      


동반자들은 허점을 감추고 충동적인 감정을 억누르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 상대가 한순간 실수를 보이면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서로가 헐뜯는 악마의 본성이 나오는 시간이 점점 다가옴을 직감한다. 이때 감정은 시기심과 경쟁의식이 최고조로 달아오른다. 한 사람의 행동, 언어가 시초로 터지면서 사나운 맹수로 돌변한다. 이때는 인과관계, 논리와 이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감정뿐이다. 무조건적이다. 타인의 행복에 불행을 느끼며, 타인의 불행을 행복해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정한 목표, 목적에 신경 쓰지 않고 타인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 관심은 삶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나, 상대에게 도움이 돼야 하는 전제가 깔린다. 개인 실패, 실력 부족, 규칙의 불합리를 사회적 구조 탓으로 넘기며 성공한 사람에게 질투를 느낀다. 사회 불공평을 외치며 성공자를 부도덕한 사람으로 몰아가려고도 한다. 자신은 치열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치열한 열정을 보이지 않는다. 치열하고 간절함보다는 쉽고 편안한 방법을 따라가는 것이다. 성공한 자에게 질투와 시기는 무절제하고 부당하고 난폭한 폭력행사다.  

   

이러한 사람의 마음, 아니 내 마음도 똑같다. 잘하면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즐거워해야 하는데 못하면 더 열정적 기뻐하고 환호하니 인간성의 상실을 보는 듯하다. 이 마음은 시기심과 경쟁의식에서 질투로 이어지는 마음이다. 나도 열심히 했기에 상대가 앞서면 내 안에 악덕한 마음이 존재함을 눈치챈다. 


뒤처져서 질투하고,

비방하며 질투하고,

화가나서 질투하고,

심술나서 질투하고,

신경쓰여 질투하고,

시기심에 질투하고,

인정못해 질투하고,

게다가

바닥난 인내심에 질투하고,

  


알랭 드 보통3)은 '경쟁심, 질투심, 호전성과 같은 경쟁에 대한 감정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갖게 되지만, 우주 한가운데서 느끼는 겸허, 고요를 느끼는 욕망, 갈망, 친절, 엄숙의 내적 풍경은 우리 안에 없어서 지속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어쩌면 인간은 질투라는 감정을 품을 수밖에 없고 본성에서 영원히 추방할 수 없나 보다.


#인간 #본성 #민낯 #질투 #행복 #불행 #규칙


1)이토록 골프가 좋아지는 순간. 김정락. 2021. 셀럼

2)골린이 4주 만에 필드나가기. 김정락. 2022. 황금부엉이

3)행복의건축. 알랭드 보통. 정영목 역. 2011. 청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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