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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수 Apr 20. 2022

일기를 읽고 일기를 썼다

2022년 4월 9일(토)


출근 전 아침에 망원에 갔다. 정확히 망원 <gaga77page> 책방에 갔다. 아침 10시부터 책 읽고 사람들이랑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위해서였다. 내게 망원은 몇 가지로 기억되는 곳이다. 맛있는 꽈배기를 팔고 야채를 하나로마트보다 싸게 파는 가게가 두어 군데 있으며 독립책방들이 포진돼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10시까지 간 건 처음인...것 같다.


오늘의 책 모임은 나까지 4명이었다. 호스트인 구보라 작가님이 소금빵이랑 마들렌을 준비해주었고 커피를 내려주었다.(소금빵은 왜 소금빵인지 아냐고 물어보려다 말았다.) 각자 짧은 인사와 소개를 하고 가지고 온 책을 꺼냈다. 이윽고 책방 안 곳곳에 흩어져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난 소파를 차지했다.


사실 난 책을 두 권을 가져갔다. 마지막까지 고민이 됐기 때문이었고 결국 가방에서 꺼낸 건 박서련 작가의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였다. 이걸 왜 샀는지 정말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지금 이걸 쓰고 있을 때쯤 생각났다. 소설가가 쓴 에세이를 몇 권 모으면서 내 레이더망에 잡힌 거였다. 


아무튼 이 책은 박서련 작가의 일기인데, 참 솔직하게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나는 이걸 읽으면서 솔직한 이야기를 어디까지 공개할 수 있는지를 생각했다. 일기나 에세이에 백 프로의 솔직함은 없겠지만. 내가 지금까지 썼던 글에 솔직함은 얼마나 묻어있었을까. 조금 더 과감하게 써도 괜찮지 않을까 같은 생각을 했다.(물론 나와 연관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함부로 써선 안된다)


1시간 동안 100페이지를 읽었는데 몇 개 표현들 -방아쇠를 당기고, 천장에서 떨어졌다는 / 월드프리미어로 이야기했다는 문장 - 은 아주아주 좋은 표현이었다. 이 두 가지를 나는 세 명에게 이야기했다.


책을 읽고 나니 짧은 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 며칠 갈지 모르지만 - 퇴근길에 이렇게 쓰고 있다. 이건 모두 박서련 작가 덕분이다. 모임이 끝날 때쯤 구보라 작가님이 책 세 권을 꺼냈고 하나씩 가져가도 좋다고 해서 한 권 얻었다. 난 윤이나 작가의 책을 받았다. 아침부터 많이 얻어간다.


12시 20분쯤 책방에서 나와 망원시장에서 꽈배기를 샀다. 출근하기 전에 점심으로 먹었다. 저녁은 경복궁역 근처 북촌손만두에서 냉면을 먹었다. 이 직장 1년 넘게 다니면서 여기까지 멀리 온 건 처음이었다. 뭐야. 올 수 있는 거리였네. 봄이었고 저녁이었고 사람이 많았다. 길거리에 사람이 많아서 좋았다. 광화문 뒤 그러니까 세종문화회관 뒤쪽에는 주말엔 좀 쓸쓸하다. 10시 35분쯤 퇴근했다. 이제 진짜 하나도 안 춥네.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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