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한 주 잘 보내셨나요.
저는 월요일 아침만 좀 바빴어요. 전날 쓴 영화비평 쓰기 과제 초고를 고치고 있었거든요. 항상 월요일 정오가 마감이에요. 이곳은 어찌나 시스템이 좋은지 마감 세 시간쯤 앞두고 네이버 카페에 시간 내 제출해달라는 문자가 꼭 와요. 지난주에는 12시 1분에 제출해서 이번에는 꼭 마감 시간 내 올리겠다는 마음으로 불타 있었어요. 그렇게 네 시간 정도 정신없이 문장을 지우고 붙이고 오탈자를 확인하고 간신히 11시 59분에 제출했어요.
아침부터 온 힘을 다해 쓰고 나니 힘이 쭉 빠지더라고요. 오후에는 극장에서 영화 한 편을 봤어요. <컴온컴온>이라는 참 좋은 영화였는데 꾸벅꾸벅 졸았어요.
그렇게 한 주를 시작했어요. 이번 주에는 두 권의 책을 읽었고 두 편의 영화를 보았어요. 알차게 보낸 것 같지만 이상할 만큼 기운 나지 않는 한 주였어요. 왜 불안한지 대략적으로는 알 것 같았어요. 하지만 확실하게 그 촉감이 느껴지진 않았어요. 미래를 근심하는 스물의 그날들처럼요.
이번 주는 무더위를 피해 스터디 카페에 내내 있었어요. 생긴 지 얼마 안 된 곳이라 책상이며 의자며 모든 물건들에게서 새것의 냄새가 났어요.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어찌나 잠도 잘 오던지 편하게 엎드려 있었어요. 너무 쾌적해서 기쁜 마음으로 매일매일 이곳을 찾았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어요.
백수린 작가의 <다정한 매일매일>이 없었다면 이번 주는 견디기 어려웠을 거예요. 에피소드에 나오는 여러 종류의 빵을 상상하기도 했고 빵에 대한 작가의 추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맛이 있었거든요. 무엇보다 글쓰기에 대한 작가의 사랑이 진득한 잼처럼 담겨 있어 좋았어요. 그러다 이 책이 끝날 때쯤인 금요일 오전에 지나칠 수 없는 문장들을 만났어요.
“세상은 불확실한 일들로 가득하지만 단 하나 분명한 것은, 당신과 나는 반드시 실패와 실수를 거듭하고 고독과 외로움 앞에 수없이 굴복하는 삶을 살 것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괜찮다, 그렇더라도 당신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채 생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기만 한다면. 우리가 서로에게 요청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 뿐이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어요. 적절한 시기에 내 앞에 도착한 이 문장들이 신기해 놀라며 몇 번이고 읽었어요. 그리곤 스마트폰을 꾹꾹 눌러 메모장에 넣었어요. 얼마 전부터 서로의 안부를 조금씩 묻기 시작한 지인에게 보내기도 했지요. 그는 내면의 목소리를 지키러 간다고 했어요. 그 말도 참 좋았습니다. 여기까지 써놓고 보니 이미 내면의 목소리를 계속 듣고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어요. 우린 사실 괜찮은 것일지도요. 자, 이제 살아가는 일만 남았네요.(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