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의 민원 해결 나서는 ‘귀신 보는 소녀’

[김진수의 일드 속으로] 마이니치방송(MBS) 드라마 <룸론다링>

by 김진수
룸론다링.jpg ⓒMBS


야쿠모 미코(이케다 에라이자)는 ‘방 청소업자’다. 방을 깨끗하게 하는 청소가 아니다. 사망사고나 자살, 타살 등 사고가 일어난 집으로 가서 일정기간 산다. 한 번 거주해 그 집의 사고 기록을 없애주는 게 그의 역할이다. 부동산을 운영하는 미코 삼촌 이카즈키 고로(오다기리 죠)는 문제가 있는 집의 임대인에게 부탁을 받고 미코에 ‘방 세탁’을 맡긴다. 그런데 미코는 귀신을 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미코가 방문한 집마다 미련이 남아 세상과 작별하지 못한 귀신이 있다.


일본 드라마 <룸론다링>(2018)은 미코가 자살이나 타살 등이 일어난 집으로 이사 갔다가 그곳에서 만난 귀신들의 고민을 해결해준다는 코미디다. '방 세탁'이라는 뜻의 제목을 가진 이 드라마는 지난해 11월 일본 마이니치방송(MBS)에서 드라마 4부작으로 방영했다. 앞서 그해 8월 개봉한 동명의 영화와 내용이 살짝 이어진다. 국내에는 <도라마 코리아>에서 방영했다. 문제가 있는 집을 정화해준다는 독특하면서도 실제로 있을 법한 소재가 눈길을 끈다. 미련 남은 귀신을 성불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을 통해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불교적 색채가 드러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드라마를 이해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각 회당 24분가량이라 몰아보기에 부담 없다.


룸론다링2.jpg ⓒMBS


작품의 큰 설정은 미코가 문제 있는 집에 거주하는 것이지만 귀신들의 사연을 듣고 그들의 ‘남은 미련’을 없애주는 미코의 역할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귀신들은 자신의 작은 소원이 이뤄지면 기분 좋게 성불(깨달음을 얻다)해 이승을 떠난다. 연인의 행복이나 가족의 근황을 알고 싶어 하는 귀신들의 ‘미련’은 특별하거나 새로운 에피소드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죽은 자들이 가장 원하는 게 주변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나 행복, 화해라는 점에서 우리 삶에서 정말 특별한 게 무엇인지 작품은 곱씹어보게 한다. 평범한 소재에서 묵직함을 그려내는 일본 드라마 특유의 매력을 다시 끔 느끼게 한다. 영화를 보는 듯 한 기분을 주는 영상미도 이 작품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주인공을 맡은 이케다 에라이자는 어딘가 외로움을 안고 있지만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는 부끄럼 많은 미코 역을 효과적으로 연기했다. 22살인 젊은 배우로 국내에 잘 알려지진 않았다. 드라마의 또 다른 주역인 오다리기 죠 특유의 능청스러우면서 코믹한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그러면서도 진지한 모습을 적절하게 보여주는 오다리기의 가장 개성 있는 연기가 드라마 한 부분을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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