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국제다큐영화제 관객심사단을 했습니다

by 김진수


이번 달 12일부터 18일까지 나는 17회 EBS국제다큐영화제(EIDF)의 관객심사단을 맡았다. EIDF는 EBS가 2004년부터 시작한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다. EIDF 상영작 중 일부를 보고 한 줄 평과 별점을 남기는 게 관객심사단의 역할이었다. 또 다큐멘터리를 다 본 뒤 각 부문별로 좋았던 영화 상위 3개를 뽑아 제출하면 됐다. 관객심사단의 평가는 시청자·관객상의 점수에 반영이 된다. 관객심사단은 올해 EIDF에서 최초로 도입됐다. 기존에는 관객이 영화관에서 다큐멘터리를 보고 거기서 관객상을 직접 주는 방식이었다. 역시 코로나 19 때문이다. 관객이 영화관에서 다큐멘터리를 접할 수 없게 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EIDF가 따로 관객심사단을 신설할 수밖에 없었던 거다.


나를 포함한 관객심사단 총 11명은 페스티벌 초이스(경쟁) 글로벌 부문과 페스티벌 초이스(경쟁) 아시아 부문의 작품 총 13편을 보고 심사했다. EBS 본사에서 한차례의 오리엔테이션을 거쳤고 이후 7일 간 다큐멘터리를 보고 한 줄 평과 별점을 남겼다. 아, 물론 집에서 다큐멘터리를 봤다. 그러니까 하루를 빼고 하루에 두 편씩 봤다.


사실 나는 어떤 영화라도 하루에 두 편 이상 보는 걸 버거워한다. 영화 한 편을 보고 생각을 하는 데에도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하루에 세 편을 본 적도 있지만 다시는 이렇게 하지 말자고 다짐한 적도 있다. 그래서 사실 시작할 때는 걱정이 컸다. ‘힘들어서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면 어쩌나’라는 생각이었다. 여기에 다큐멘터리는 아무래도 대중들에게 접근성이 쉬운 상업영화나 극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너무 작품성이 치우친 작품을 보고 이해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다큐멘터리는 내 생각과는 정반대였다. 다큐멘터리의 소재는 흥미로웠고 비극적이었고 스릴이 넘쳤다. 그리고 따뜻했다. '날 것'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에 변화를 주는 작품도 있었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결과들이 다큐멘터리의 매력을 더했다. 덕분에 하루에 두 편도 거뜬히 볼 수 있었다.


몇 작품만 추천해보고자 한다. 어떤 기준이라기보다 보면서 놀라고 재미있었던 두 작품이다.


악은 오직 절망 속에 산다 ⓒEBS


먼저 추천할 작품은 <악은 오직 절망 속에 산다>는 마그누스 게르텐 감독의 작품이다. 독재국가에 가까운 우즈베키스탄은 테러에 대한 전쟁을 시작한다는 이유로 수천 명의 이슬람교도를 감옥에 넣는다. 물론 무고한 사람들이 많다. 이 중 한 명이 인권활동가 딜야의 오빠 이스칸다르로다. 딜야는 오빠를 구하기 위해서 국제단체의 도움을 받는데 도무지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절망과 절망이 이어지면서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진다. 우즈베키스탄의 어두운 그늘을 알게 되었지만 이 다큐멘터리는 절대 절망으로 끝나지 않는다. 실제 사건을 그대로 녹여내는 만큼 때로는 기대하지 않았던 기적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걸 찍는 게 다큐멘터리다.


두 번째 작품은 <시네마 파미르>다. 스웨덴의 마틴 폰 크로그 감독이 연출했다.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있는 한 영화관에 대한 이야기다. 전쟁에 대한 공포 속에서도 영화관을 찾아 문화예술을 즐기는, 어쩌면 사람들의 본능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관에서 지켜야 할 공공예절을 잘 모르는 사람들 때문에 왁자지껄한 영화관조차 아름답게 보인다. 전쟁이라는 이미지로만 가득했던 아프가니스탄에도 영화관이 있었나?라는 놀라움과 깨우침을 주는 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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