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언젠가 이 사랑을 떠올리면 분명 울어버릴 것 같아>
친구가 훔친 핸드백 안에서 편지를 발견한 렌(코라 켄코)은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 도쿄에서 홋카이도로 향한다. 편지의 주인은 오토(아리무라 카스미). 오토가 어릴 적 세상을 떠난 엄마가 남기고 간 마지막 편지다. 사실 오토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가족이 아닌 한 노부부의 손에 길러졌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욕심으로 자신이 원치 않는 사람과 강제로 결혼할 위기에 빠진다. 오토는 렌의 도움을 받아 도쿄로 도망친다.
그렇게 시작된 도쿄에서의 삶. 오토에게 도쿄는 “미로 같은 지하철”이 있을 정도로 북적이는 곳이지만 “인명사고로 전차가 5분 늦는다고 혀를 차는 사람”이 있는 차가운 곳이기도 하다. 역시 지방에서 올라와 이삿짐센터 직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렌. 그의 주변에는 외로운 사람들이 모여 있다. 남자친구는 있지만 따뜻함을 느끼지 못해 렌에게 기대는 키호코(타카하타 미츠키), 제대로 직장은 없이 짝사랑만 하는 코나코(모리카와 아오이), 하루타(사카쿠치 켄타로), 대기업 회장 아들이지만 혼외 자식으로 아버지를 애증 하는 아사히(니시지마 타카히로)가 있다.
<언젠가 이 사랑을 떠올리면 분명 울어버릴 것 같아>(이하 언젠가 이 사랑을 떠올리면~)(2016)는 대도시에서 외로움에 허덕이는 젊은 초상들에 대한 이야기다. 도쿄라는 대도시의 화려한 불빛 아래에는 타지에서 불안한 삶을 매일같이 견뎌내는 젊은이들이 있다. 꿈을 이루고 싶지만 시도는 쉽게 좌절된다. 직장이 있다 해도 파견직의 삶을 늘 불안하다. 설사 가진 돈이 있어도 가장 가까워야 할 가족에게 인정받지 못한다. 다들 저마다의 사정과 상처를 지닌 사람들이 모인 곳이 도쿄의 풍경이다.
청춘들은 이제 겉으로 드러나는 세계에서는 안정과 안락함을 느끼기 어렵다. 그래서 <언젠가 이 사랑을 떠올리면~>에서 청년들은 사랑을 한다. 저 남자를, 저 여자를, 사랑하는 사람을 붙잡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들이 이 답답한 공간에서 숨 쉴 공간을 찾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렌과 오토, 키호코의 삼각관계가 만들어지고 여기에 아사히까지 가세하면서 젊은이들의 서로에 대한 간절한 마음이 뒤죽박죽이 섞이기도 한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사랑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최후의 보루 같다. 이마저도 없으면 이 세상을 살아갈 이유가 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오토가 엄마에게 받은 마지막 편지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아마 사람이 외로운 마음이 드는 것은 누군가와 만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때로는 인생이 험난하지만, 사랑을 하고 있을 때는 잊을 수 있어, 사랑을 해요.”
지금으로부터 4년 전에 나온 드라마지만 나는 이 작품이 <노다메 칸타빌레>(2006) 이후 가장 인상적인 청춘 드라마라고 이름 붙이고 싶다. 2006년 등장한 <노다메~>에서 음대를 다니는 청년들은 저마다의 열정을 앞세워 열등감과 부러움을 깨뜨리고 마침내 훌륭한 연주를 완성한다. 이때 웅장한 한 곡의 클래식이 흐르는 것처럼 힘차게 달렸던 청춘들은 10년 뒤 <언젠가 이 사랑을 떠올리면~>에서 버거운 세상과 마주하고 있다. 대도시는 더 차가워졌고 현실은 더 냉혹해졌다. 사람이 사람과 서로 부대껴야만 이 암울한 현실에서 탈출구를 찾을 수 있게 됐다.
자, 지금은 2020년 7월이다. 서울에서 청년들의 삶은 어떨까. 집을 구할 수 있을까, 안정적인 직장을 구할 수 있을까. 오늘도 오만가지 걱정이 앞서는 청춘들의 모습은 <언젠가 이 사랑을 떠올리면~>와 닮았다. 드라마 주인공들은 서로 의지하면서 힘을 냈다. 이제 서울의, 한국의, 이 시대 청년들은 어떻게 이 시대를 견딜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