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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수 Mar 11. 2021

기묘한 일상에서 삶의 충만을 찾는 마에다 아츠코

[영화 리뷰] <지구의 끝까지>(2019)


<다소 스포일러가 있으니 참고 바랍니다>


요코(마에다 아츠코)는 예능프로그램 리포터다. 우즈베키스탄의 한 호수에 신비의 물고기를 촬영하려고 하지만 일은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 요코는 촬영이 끝나고 홀로 시내 구경에 나섰다 길을 잃고 헤맨다. 우연히 어느 집 앞에 작은 우리에 갇힌 염소 한 마리를 만나고 동질감을 느낀다. 얼마 후 촬영을 마치고 홀로 길을 나선 그는 오래된 극장을 발견하고 들어간다. 그곳에서 노래를 부르는 자신을 떠올리게 된다.


<지구의 끝까지>(감독 구로사와 기요시)를 두 번 봤다.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가 처음이었다. 이때만 해도 이 영화가 확 와 닿진 않았다. 요코가 겪은 이상한 나날들이 영화의 전부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영화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요코가 부른 <사랑의 찬가>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요코가 부르는 이 노래가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얼마 전 서울아트시네마 특별 상영전을 통해 한 번 더  봤다.



<지구의 끝까지>는 요코가 삶의 의미를 찾는 이야기다. 리포터의 일은 의미는 있지만 만족스럽지는 않다. 때문에 평소 웃음기 없는 요코가 카메라 앞에서 짓는 웃음은 가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가 삶의 의미와 희망을 찾는 이유가 있다. 요코가 이국의 땅에서 불안을 느끼기 때문이다. 요코가 시장이나 길거리에 나서면 우즈베키스탄 시민들은 요코가 신기한 듯 일제히 쳐다본다. 요코는 길도 헤매고 카메라를 들고 촬영 금지구역에 갔다가 쫓기기도 한다. 일본에 있는 남자 친구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한다. 그런데 다행히도 이 불안 뒤에는 항상 안도와 따뜻함이 있다. 이런 반복을 통해 그는 살아간다는 게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된다.


그렇게 삶은 조금씩 충만하게 된다. 요코는 뮤지컬 배우가 꿈이다. 노래를 조금 불러보라는 촬영감독 이와오(카세 료) 앞에서 "아직 감정적으로 준비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노래를 완벽히 위해서는 스스로 행복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한다. 뭔가 감정적으로 만족하지 못했던 요코는 이와오 앞에서는 노래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앞서 기묘한 시간들을 보내면서 삶의 의미를 알게 된 그는 마침내 감정이 끌어올라 멋지게 노래한다. 마에다 아츠코가 <사랑의 찬가>를 두 번 부르는 장면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 곳곳을 보는 재미도 있다. 호수, 시장, 유원지, 호텔의 외관, 작은 버스까지 우즈베키스탄이 배경인 영화를 본 적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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