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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수 Mar 08. 2021

너가 살아야, 가족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거야

[미니 리뷰] 영화 <바람의 목소리>


8년 전 쓰나미로 부모와 남동생을 잃은 17살 하루(모토라 세이나)는 히로시마에서 숙모와 단둘이 산다. 어느 날 숙모가 쓰러졌다. 하루는 혼자가 되었다. 하루는 고향인 이와테현 오츠치로 돌아가기로 한다. 돈도 없고 무작정 길을 나선 길. 여러 사람을 만난다. 치매 증세가 있는 늙은 어머니를 모시며 사는 중년의 남성, 히치하이킹을 해준 남매, 후쿠시마에서 자원활동을 했지만 지금은 난민수용소에 잡혀 들어간 쿠르드족 가족, 동일본 대지진 때 도쿄 제1전력에서 근무한 남자. 삶의 의지가 꺾인 채 길을 나섰던 하루는 이들의 도움을 하나씩 받으며 자신의 고향인 오츠치에 도착한다.


<바람의 목소리>(감독 스와 노부히로)는 쓰나미로 가족을 잃고 꺾여버린 삶의 의지를 회복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다. 하루가 히로시마에서 이와테까지 도달하는 로드무비다. 하루가 만나는 사람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음식을 내오거나 마련해주거나 사준다. “먹어.” “먹으렴.”  영화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말은 음식을 먹으라는 권유다. 살아남았으니까, 어떻게든 앞으로도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우연히든 운명이든 우린 살아남았으니까. 잘 살아야 잃어버린 가족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지 않겠냐며 영화는 조용히 하루에게 손을 건넨다.



영화의 시작 지점이 히로시마고 끝나는 지점은 후쿠시마다. 원폭의 아픔에서 시작해서 동일본 대지진의 슬픔까지 아우르는 영화다. 어떻게 슬픔을 견디고 조금씩 치유할 수 있는지 하루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조금씩 알아간다. 돌아갈 수 없는, 혹여 돌아가도 외로운 고향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돌아가지 않는 곳이자 돌아가도 외로운 곳.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들까지. 고향이 있어도 돌아가지 못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하루는 자신의 고향에서 절규하지만 끝내 삶의 희망을 찾아내고야 만다.


동일본 대지진 10주기가 사흘 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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