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희의 <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딸세포)를 읽고 처음 든 생각은 이랬다. 실제로 '에피소드'가 많다. 40개의 글이 실려 있으니까. 이직을 여러 번 했고 이사도 그만큼 한 것 같고 물건도 많이 샀고 틈틈히 바이올린, 포토샵도 배우러 다닌 이야기들.
단지 이런 이유로 에피소드가 많다면 경기도 오산이다...사실 에피소드는 ‘뽑아내는 일’이다. 송희 씨는 자신의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섬세하게 관찰하고 생각하고 써 내려갈 줄 안다. 자신을 명징...하고 직조...있게 바라보며 글을 썼고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그게 하나로 합쳐 근사한 에세이집으로 완성되었다.
30대이자 <빅이슈> 편집장인 송희 씨는 지방 출신이자 1인 가구로 서울에 산다. 직장인으로 10년을 넘게 살고 있지만 어찌 삶은 여전히 불안하다. 괜찮은 집도, 직장도 잡기 쉽지 않았고 무례한 사람과 맞서기도 해야 했다. 예상치 못한 사건과 이웃의 아픔에 엉엉 울기도 한다. 집 문짝이 오래돼 화장실에 갇히기까지...그래서 그런지 이 책에 가장 많이 보이는 단어는 ‘불안’이다.
일상의 불안을 감당하고 이겨내기 위해 출근마다 택시를 타는 과소비를 하기도 한다. 미니멀리스트가 아닌 맥시멀리스트로 행복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 왕창 사 쌓아둬 집을 ‘무당집’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난 송희 씨가 그 불안을 그대로 받아드릴 때가 제일 좋았다. 마치 시간이 지나가듯 그 불안을 마주하되 꼭 이겨내지 않으려고 하는 것. 때로 삶을 그대로 받아드리는 모습이 좋았다. 실제로 그는 행복하고 싶은 욕구가 있으며 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은 욕망이 있다.(그의 필명은 ‘늘그니’다)
그의 삶은 불안할 수 있어도 결코 불행하지 않다. 이런 그녀의 희로애락(에서 로를 뺀)을 담은 에피소드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무엇보다 송희 씨의 글에는 위트와 유머가 넘쳐난다. 웃긴 글쓰기를 지향하는 그녀 덕에 몇번이나 웃었고 웃겼다. 예를들면...
“유리창에 비친 여자는 호랑이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호랑이가 그려진 우산을 들고 표범이 알록달록 새겨진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등에 호랑이 문신을 새겼다고 해도 무리 없어 보이는, 온몸을 호랑이 무늬로 휘감은 그녀는 구파발 살쾡이파의 행동대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보였다.(중략) 바로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