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베르테르의 슬픔』서평
“오빠, 나 어떻게 말해야 할까?,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 메세지로 해도 될까?” 사년간의 연애를 마무리하려는 동생이 수화기 너머로 조심스레 물었다. 사년이란 시간을 함께하며 미래를 준비했던 사이니 연애라는 표현보다는 사랑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겠지. 동생의 물음에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말을 꺼냈다. “아니야, 이걸로 끝내자.” 사랑은 참 묘하다. 사랑의 시작도 사랑이라고 하고 끝나가는 사랑도 사랑이라고 한다. 그리고 한쪽만의 사랑을 짝사랑이라고 우린 부른다. 사랑의 형태가 어떠하든, 과정의 끝이 어떠하든 헛된 것은 없지 않을까. 사랑하는 그 순간, 간절함이 절정에 이르는 순간 존재는 가장 빛을 발할터이니.
사랑에 미친 사람을 고르라면 나는 괴테를 고르겠다. 괴테는 『파우스트』, 『이탈리아 기행』 등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문학가로 유명했을 뿐만 아니라 자연연구가이며 바이마르 공국의 재상으로도 활약했었다. 대단했던 그였지만, 그는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고는 존재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평생을 누군가를 사랑하며 살았다. 심지어 괴테는 74세의 나이에 15년 전 사랑했던 여인의 딸, 19세 울리케라는 소녀를 사랑했었다. 그의 저서와 기록에서 이름이 밝혀진 여성이 14명이지 실제로 스쳐간 여성이 몇 명인지는 괴테 자신만이 알 것이다. 괴테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사랑을 갈구했다. 괴테에게는 자신의 존재를 의지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처럼 사랑중독자 괴테의 체험을 바탕으로 쓰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베르테르가 친구 빌헬름에게 보내는 편지의 모음으로 베르테르가 약혼자 알베르토가 있는 로테를 향한 사랑에 대한 고뇌를 담고 있다.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면서도 마음을 끊어내지 못하는 베르테르와 마음을 알 수 없는 로테, 이 둘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순간을 기억하는 빌헬름의 침묵을 통해 사랑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소설은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한 베르테르의 자살로 막을 내린다. 그에게 신성한 빛이었던 로테에게 키스를 거절당하자 알베르토에게 권총을 빌려 목숨을 끊는다. 사랑을 끊을 수 없자 목숨을 끊어버린 베르테르의 선택을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로테의 행복을 위해서 자신의 존재를 소멸시킨 그의 선택을 희생이라고 보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것 아닐까.
대부분의 사랑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고 소수의 사랑만이 허공에 남아 빛으로 보일뿐이다. 사랑의 허구성, 그러나 그 허구성조차 사랑이라 칭하지 않을 수 없다. 분명 사랑 빠진 자는 파우스트가 그랬던 것처럼, 처절한 사랑을 향해 외칠 것이다. “너는 정말 아름답다.”
그 동생은 결국 오랜 연애의 종지부를 찍었다. 그것도 자신의 생일 전에. 자신의 탄생을 사랑했던 존재에게 축하받는 일을 포기한 것이다. 새로운 시작을 위한 결단이었을까, 아니면 사랑했었던 존재에 대한 속죄였을까. 동생은 생일날 홀로 보냈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지워진 SNS 프로필 사진을 보면서 사랑이 대체 무엇이기에 얼굴을 들지 못하고, 누군가는 목숨을 끊는 걸까. 도대체 뭐길래.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