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점심, 노량진 서브웨이는 고시생들로 가득하다. 테이블은 엉덩이를 들썩이지도 못 할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있다. 작디작은 테이블에 온갖 잡동사니는 널부러져 있고 한 손에는 샌드위치를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있다. 굳어버린 표정, 화면에 고정된 눈, 멈추지 않는 입, 구부정한 자세, 다들 따스한 온기를 갖은 생명인데 공장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밥’을 먹는 건지 살기 위한 연료를 먹는 건지 모르겠다. 나 또한 그들의 일부가 되어 샌드위치를 허겁지겁 구겨 넣고 가게를 나왔다.
맞은 편 올리브영이 보인다. 문 앞에는 ‘스트레스 케어’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베스트셀러인가보다. 노량진과 스트레스 케어, 묘하다. 작은 지역에서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단칸방에서 살며 공부하는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다면 좋겠다. 합격과 불합격, 돈, 시간에게 심장이 움켜잡혀 있고 책임감은 어깨에 쌓여만 가는 사람들에게 저 약 하나 먹어서 힘이 된다면 더 바랄게 없겠다. 제발 과대광고가 아니길.
성경에서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했는데 노량진 사람들은 이미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고도 남지 않았을까. 해가 뜨는 것이 무섭고 해가 지는 것이 두려운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들이 너무 많다. 촛불시위로 정권이 바뀌고 나라의 흐름이 바뀌었다. 한반도 호랑이가 꿈틀거리며 평화통일에는 다가가는 것 같지만 실상 안정된 급여, 편안한 직장, 꿈이 상실된 미래는 여전하다.
올리브영을 지나 ‘Homestead’ 카페에 왔다. 만석임에도 고요하다. 독서실인가. 심지어 음악도 흐르지 않는다. 그저 볼펜소리, 학생을 가르치는 소리, 노트북 타자소리만 울린다. 커피를 마시자 심장이 평소보다 쿵쾅쿵쾅 거린다. 보조제가 과했나보다. 한숨자고 나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커피를 마시니 또 울린다. 뒷사람에게 들릴까 괜히 의자를 당겨 앉았다. 노트북을 켜자 할 일이 쌓여있다. 글도 퇴고해야하고 투고할 원고도 작성해야하고 이런저런 알바도 알아봐야한다. 좋은 알바자리나 하나 생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