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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끝 Mar 24. 2020

꼰대는 어디에든 있다

임영균의 『나는 그냥 꼰대로 살기로 했다』 서평

꼰대는 어디에든 있다.


꼰대는 어디에든 있다. 선생님께 혼이 나는 날이면 성질이 나서 선생님을 꽉 막힌 꼰대라고 부르며 친구와 크크 거렸었는데 어느 날부터 꼰대라는 단어가 수면 아래에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수면 위로 올라온 단어는 수면 아래에 있을 때보다 모두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처음에 꽉 막힌 선생님을 얕잡아 부르던 단어가 꽉 막히고 나이 많은 사람을 칭하다가 지금은 나이 많은 사람 또는 자기 경험에 갇혀 사는 사람을 부르는 단어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전자와 후자가 뒤섞여서 ‘나이 많은 사람 = 자기 경험에 갇혀 사는 사람’이라는 왜곡된 등식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이 등식은 모든 나이 많은 사람을 얕잡아 보도록 만든다. 누군가를 얕잡아 보게 만드는 이 단어를 우리는 무분별하게 사용해도 되는 것일까?


임영균의 『나는 그냥 꼰대로 살기로 했다』(지식너머)는 꼰대를 구분하고 싶은 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또 꼰대라는 말을 한번이라도 들은 사람이라면 자신의 꼰대성을 자가진단하기 좋은 책이라고도 말하고 싶다. 책을 읽는 동안, ‘음...’이라는 회피성 추임세가 끊이지 않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꼰대성을 체감하는 좋은 시간이었다. 


도발적인 제목과 달리 이 책은 젊은 세대에게 꼰대를 구분할 지혜를 심어준다.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꼰대가 아니라는 저자의 울분은 이제까지 나이 많은 사람을 꼰대라고 취급하던 나에게 씁쓸함을 안겨주었다. 젊은 세대의 눈치를 보며 구석으로 밀려나던 나이 많은 사람들의 소외감이 절실하게 와 닿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이 많은 사람은 관념에 갇혀 산다는 편견을 갖던 내가 그들에게 꼰대가 아니었을까.


*저자 약력

따뜻한 꼰대. 대한민국에서 ‘꼰대’라는 단어가 지닌 지울 수 없는 세대 갈등의 프레임을 발견하고선 이왕이면 좋은 꼰대가 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왔다. 스스로 ‘라떼형’이라 자처하며 후배들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지만, 알고 보면 너른 마음씨를 지닌 따뜻한 꼰대다. 연세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한국능률협회와 캐논코리아를 거치면서 10여 년간 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는 LG디스플레이, 에스원, 현대글로비스, 우리카드 등에서 기획과 리더십에 관련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기획의 신』, 『기획서 잘 쓰는 법』, 『업무의 신』 등이 있다.


*기억나는 문장

-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의 행동을 ‘의도와 동기’로 판단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행동은 보이는 모습만으로 판단한다. 그래서 후배에게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건넨 한미디도 ‘꼰대어’로 들릴 수 있다.


- 누구에게나 개인의 시간과 공간은 중요하다. 나에게 중요하다면 상대방에게도 중요하다. 서로 지켜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생면부지 타인의 영역으로 들어갈 때는 작은 시그널 정도는 송신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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