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하라 마코토의 『말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
출근길 버스에서 쏟아지는 벨소리와 라디오, 지하철에서 멀리를 일으킬 것 같은 광고와 기계음, 길을 걷다가도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BGM, 회사에서 사람들이 재잘거리는 회의 소리. 심지어 학생들도 침묵을 견디지 못하고 공부하기 위해서 백색 소음(화이트 노이즈)을 찾아서 듣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소리가 사라지지 않는 하루를 보냅니다. 소리가 사라지는 순간은 오직 깊은 잠에 빠질 때뿐입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저는 Youtube에서 Eminem의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글쓰기와 Eminem의 노래는 상관관계가 전혀 없지만 지금 제 귀에는 드럼의 베이스 소리가 울립니다. 단지 침묵이 주는 적막이 싫어서.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소리가 사라지는 순간(침묵)을 사람에게서 감정을 빨아들이고 절망을 안겨주는 디멘터를 만난 것처럼 불안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침묵은 인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소리입니다. 침묵은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종교에서는 명상이란 이름으로 사용되어 신의 체험을 경험하는 도구였고 예술에서는 여백이란 명칭으로 소제의 가치를 돋보이게 하는 도구였습니다. 또 글에서는 공백이란 장치로 글의 간결함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는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이들이 사람 간의 대화에서 침묵을 발생하는 일을 어려워합니다. 낯선 공간에 떨어진 아이처럼 침묵을 닥쳐오는 순간을 막아내기 위해 급급하게 말을 쏟아냈습니다. 저 역시 침묵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침묵을 방관하거나, 과하게 내뱉는 태도를 가졌음에도 말이죠.
다나하라 마코토의 『말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라는 책은 나처럼 침묵에 두려움이 있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마코토는 이 책의 서두에 이렇게 말합니다.
침묵함으로써 오히려 대화의 장을 만들고
상대의 기분을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 침묵을 ‘말의 사이’라고 합니다.
대화의 목적은 상대방을 알아가는 일입니다. 대화(Communication)의 어원은 ‘함께 나누다, 공유하다’ 뜻의 라틴어 ‘communis’라고 합니다. 의사소통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공동체(community),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생각이라는 뜻의 상식(common sense), 빵과 포도주를 함께 나누는 기독교 의식인 성찬식(communion)등이 같은 어원에서 유래했습니다. 대화는 어원에서 짐작하듯 단순한 전달 행위가 아니라 공감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며, 경험을 함께한다는 뜻이 배어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학 개론에서는 ‘우리가 관련을 맺고 있는 사람 혹은 세상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고, 받고, 해석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렇기에 대화를 잘하는 법은 특정 직업이나 특정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모두가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필요한 방법이지요.
다나하라 마코토는 기업 법무, 기업 회생, 교통사고, 부동산 문제 등에 관한 사건을 뛰어난 교섭법과 논쟁력으로 해결해 온 유명 변호사이다. 변호사란 대화를 무기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대화 가운데 상대방을 파악하고 우위를 선점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온 그의 노하우는 우리 일상에 큰 도움을 줄거라 확신한다.
다나하라 마코토의 『말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합니다』는 크게 침묵의 이유, 침묵의 효과, 침묵의 방법, 침묵의 간격, 침묵의 대화를 주제로 한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마다 주제에 따른 자신의 경험과 대화론이 세세하게 정리되어 있다. 간결하면서도 친절한 문체는 독자로 하여금 편안하게 이해되도록 유도한다.
이 책은 말을 무기로 삼은 변호사의 책임에도 딱딱하지 않고 공격적이지 않다. 우리의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예화가 있으며 체계적인 방법을 적어두었다. 대화를 끊임없이 이어가야 한다는 강박증을 갖은 이들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