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허락된 단 하루
벽시계가 10시를 가리켰다.
내려갈 준비는 모두 마쳤다.
김노인이 처음 받는 상이 었다.
김노인은 자신의 상이 었으니 혼자 조용히 살펴보고, 한 놈 두 놈 안아도 보고, 좋은 말도 해주다 정성껏 차려진 상을 배불리 먹고 올라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김노인 뒤로 이노인 장노인 등등 몇몇의 노인들이 따라붙더니 다음 달 주인공인 박노인까지 따라나설 채비를 마쳤다.
사실 이곳에선 배가 고프지 않다.
다만, 아직도 그곳에 남아있는 자들과 함께 했던 추억이 고팠고, 익숙했던 그들의 온기와 냄새가 그리웠기 때문에 마음은 늘 허기진 상태였다. 이들은 그 고픔을 채우기 위해 1년에 허락된 단 하루, 이날을 위해 무수히 많은 날들을 견디고 기다렸다.
김노인은 은근히 긴장되었다. 남아있는 그들이 자신을 어떤 모습으로 기다리고 어떤 마음으로 추억할지……. 아무도 기다리지 않으면 어쩌나 시간이 다가올수록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사실 그날임에도 주인공을 태우러 오는 택시가 오지 않는 자들도 있었다.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10명 남짓이었지만 그곳의 택시와 비슷한 모습이라 자신들을 태우러 오는 그것을 택시라 불렀다.
불행하게도 그날에 택시가 오지 않는다는 것은 그곳에서 그를 추억하는 자가 없다는 의미였다. 그 숫자가 예년에 비해 점점 빨라지고 있어 다들 자신의 그날이 올 때면 설렘과 두려움에 온종일 불안해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그곳의 그들처럼, 이곳의 이들도 이 의식이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도 생겨났다.
그럼에도 그날에 기다리던 택시가 오면 모두들 기꺼이 택시에 올랐다.
마음이 고프기 때문이었다.
지난달 유노인은 자신을 태울 택시가 오지 않아서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고 유노인을 따라나서고자 기다렸던 다른 노인들마저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야 했다.
「상의 크기와 상에 올려져 있는 가짓수가 문제는 아닌데...
그곳의 그들은 알 수가 없었겠지...
잊힌 다는 것... 그것이 이곳의 이들을 깊게 상처 낸다는 것을 그들은 모르겠지.」
세상이 잘 못 돌아가고 있다.
유교의 뿌리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등등의 고루한 말들도 쏟아졌지만 대부분 충분히 그만하면 됐다. 원이 없다.라는 말들을 가슴속 깊은 곳에서 쏟아냈다.
첫 그날이어서 그런 건지 김노인을 모시고 갈 전용 택시가 시간 맞춰 도착했다.
10인까지 탈 수 있는 택시에는 김노인의 자리를 빼고는 만석이었다.
워낙 첫 상은 맛, 정성 그리고 분위기 또한 완벽하기에 누군가 첫 상을 받는 날에는 모두들 따라나서길 희망했다. 10인이 넘었기에 한 대의 택시가 더 노인들을 태우고 있었고 두 대의 택시는 김노인이 살았던 마지막 집으로 기분 좋게 출발했다.
“우리 동네야, 하나도 변한 게 없구먼.”
1년 새 동네가 변하기야 쉽지 않지만 김노인은 감탄한 듯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간혹 가족들이 이사를 가버리거나 제사를 지내는 집을 수시로 옮기면 아무리 저 높은 곳의 무궁한 택시라도 번지수를 찾지 못해 애먹는 경우도 드물게 있었다.
다행히 김노인의 상은 김노인이 마지막에 눈을 감은 아직 김노인의 부인이 살고 있는 집에 차려졌다.
택시가 집에 도착한 시각은 10시.
부인과 아들, 며느리, 딸, 사위, 손주 가족 모두 김노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거실 창으로 보이는 제사상에는 과일이며, 떡이며, 포, 술, 전, 국과 밥 그리고 과자까지 어느 것 하나 함부로 준비된 게 없어 보였다.
하나하나 고유의 빛깔을 띄었고 제각각 성실한 향으로 군침을 불러일으켰다.
아들이 향에 불을 피웠다. 향이 거실창 틈을 헤집고 하늘로 하늘로 올라가 김노인이 타고 있는 택시 창으로 흘러들어왔다.
김노인이 다시 살아가고 있는 그곳의 세상은 무취, 무색, 무미의 세계다.
모든 게 무였다.
그렇기에 1년에 단 하루 허락 된 날 맡게 되는 익숙한 향은 그들의 오감을 다시 살아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