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중에 엄마 1.

엄마를 찾아라!

by dle

이곳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 까마득하게 멀고 먼 세계다. 파란 하늘을 따라 끝없이 끝없이 올라가다 보면 만날 수 있을지 모를 그곳! 하얀 천으로 둘러싸인 듯 온통 하얗고 하얀 곳! 티끌 없이 하얀 그곳에 끝없이 살고 있는 삼신할머니가 있고, 십이지신이 깊은 잠에 빠져있다.


삼신할머니는 오늘도 오밀조밀 작고 어여쁜 아기들을 끊임없이 쓰다듬고 있다. 사람아기, 동물아기 생명이 있는 모든 아기들은 모두 삼신할머니를 통해 나오고 삼신할머니를 통해 세상에 뿌려진다. 그러나 세상 수많은 엄마 중에 엄마를 찾는 고귀한 선택은 아기들의 몫이다.


오늘은 만두의 차례다.

드디어 오랫동안 고민하고 기다렸던 엄마를 선택하는 날이다.


“삼신할머니 저기 저 엄마가 좋아요!”

만두가 떨리는 손짓으로 가리킨 엄마는 기분 좋은 냄새가 풍겨 나오는 부엌에서 환하게 웃는 얼굴로 계란을 10개나 풀어 초록색 파, 주황색 당근을 넣고 휘휘 저은 다음 겨울이불처럼 두꺼운 계란말이를 말고 있었다.

‘저 계란말이 정말 먹고 싶다.’

군침을 삼키는 만두가 세상의 수많은 엄마 중에 엄마를 선택한 이유는 엄마의 계란말이를 먹고 싶었기 때문이다. 노란 이불에 주황색 꽃이 핀 것 같은 계란말이는 보는 것만으로도 포근한 마음이 들어 기분이 좋아졌다. 만두가 선택한 엄마는 계란말이 말고도 바삭바삭한 돈가스, 매콤한 떡볶이, 구수한 미역국도 아주 잘 만들었다. 물론 만세가 엄마의 음식만 보고 엄마를 고른 건 아니었다. 엄마는 음식솜씨만큼이나 마음도 포근해서 아이들을 보면 항상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행복한 미소를 머금은 엄마는 계란 노른자처럼 노란 얼굴을 했는데 그런 엄마 품에 꼭 안겨보고 싶었다. 가끔 빨간 얼굴을 한 엄마를 보면 ‘다른 엄마를 고를까?’ 하는 고민이 들기도 했지만 노란 얼굴의 포근한 엄마가 생각나서 후회하지 않았다.


만두가 엄마를 선택하고 난 뒤부터 엄마는 만두를 계속 먹었다. 고기만두, 김치만두, 찐만두, 튀긴 만두 가리지 않고 만두라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먹는 걸 보고 엄마와 아빠가 그때부터 만두를 ‘만두’라고 불렀다. 엄마와 아빠는 항상 ‘만두야’라고 부르며 만두에게 다정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건 만두처럼 축복받은 향기로운 꽃이야! 냄새 맡을게 만두도 맡아봐!”

“이건 만두가 엄마에게 와준 날을 축복하기 위한 달콤한 케이크야! 엄마가 먹어볼게, 만두도 먹어봐!”

“만두야 비가 와, 엄마가 좋아하는 비! 엄마가 만두만큼 좋아하는 비야! 빗소리 들어볼래?”

엄마가 들려주는 모든 이야기들을 정성껏 듣다 보면 만두는 상상만으로도 그런 것들이 뭔지 알 것 같았다.

만두가 엄마를 만나러 가야 하는 날이 며칠 남지 않았을 때 ‘어린 왕자’를 만났다. ‘어린 왕자’는 항상 책을 들고 다니며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걸 좋아하는 아기다. ‘어린 왕자’도 자기와 똑같이 책을 좋아하는 엄마를 골랐다며 설레어했다. ‘어린 왕자’는 자기를 불러주는 엄마의 목소리가 좋다며 그 목소리로 밤마다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면 엄마와 자기가 천생연분이라며 눈물까지 글썽였다. 어린 왕자는 벌써부터 엄마바라기가 되어 있었다.


그 옆으로 이름이 아직 없는 아기가 망원경까지 빌려와 여기저기 바쁘게 엄마를 찾는 모습이 보였다

“아직도 못 고른 거야?”

“아직 마음에 쏙 드는 엄마를 찾지 못했어.”

잔뜩 풀이 죽은 아기가 고개를 숙이고는 힘없이 말했다.

“혹시 저 엄마는 어때?”

만두가 가리킨 엄마는 멋진 붉은색 옷을 차려입고 반짝이는 구두를 신은 빛나게 예쁜 엄마였다.

"음... 정말 예쁘다. 하지만 난 예쁜 엄마를 찾는 게 아니야. “


그때,

“우와! 정말 예쁜 엄마다.” 라며 감탄하는 소리가 들렸다. 감탄하는 아기도 예쁜 엄마만큼 정말 예뻤다. 예쁜 아기가 삼신할머니를 찾아가 소리쳤다.

“할머니 엄마를 골랐어요. 저 엄마가 정말 좋아요!”

삼신할머니가 예쁜 아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호호호, 너하고 똑같이 예쁜 엄마를 잘 골랐구나!”

그 모습을 지켜본 이름 없는 아기가 고개를 숙이고는 한숨을 더욱더 크게 내 쉬었다.

“다들 엄마를 잘 찾는데... 왜 나는 이렇게 어려울까?”

만두가 이름 없는 아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신중해서 그래! 그래도 포기하지 마! 세상 수많은 엄마 중에 내 엄마를 찾는 건 기적 같은 일이야!”

이름 없는 아기는 눈물을 닦으며 만두를 한동안 쳐다보았다.


그때, 옆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먼저 찾았어.”

“아니야, 내가 먼저 찾았어. 난, 아주 아주 아주 오래전부터 엄마를 기다렸어.”

두 아기가 한 엄마를 놓고 싸우고 있었고, 그 옆에는 난처해하는 삼신할머니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삼신할머니가 한 아기에게 엄마를 선택한 이유를 말해보라고 했다. 키도 크고 팔다리도 길쭉한 아주 튼튼해 보이는 아기가 삼신할머니를 보며 당차게 이야기했다.

“저 엄마는 자전거도 잘 타고, 수영도 잘하고, 달리기도 잘해요! 엄마와 같이 자전거도 타고 수영도 하고 달리기도 할 거예요”

“그래! 아주 사이좋게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보이는구나.”

삼신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흐뭇하게 웃었다.

그때, 옆에서 울음을 터트리기 직전인 조금 약해 보이는 아기가 말을 했다.

“저는요. 지난번에 저 엄마를 찾아서, ‘씩씩이’라는 이름도 선물 받았었는데... 제가 엄마한테 가는 길을 잃어버려서 중간에 엄마를 놓쳐버렸어요.”

눈물을 터트린 아기는 엉엉엉 소리를 내며 울기 시작했다. 가끔 엄마한테 가는 길을 중간에 잃어버리는 아기들이 있었는데... ‘씩씩이’라는 아기도 그랬나 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엄마에게 가는 길을 잃어버리는 마음은 어떨까?

만두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눈물에 잠기는 것 같았다.


“아이고, 그때 그 녀석이로구나. 그건 네 탓이 아니란다. 할머니가 아직 준비가 안 된 널 보내서 그랬던 거야! 울지 말거라!”

삼신할머니가 우는 아기를 달랬다.

“그때 네 엄마도 아주 많이 울었었어, 그리고는 삼신할머니인 나에게 간절히 기도를 했지. 다시 너를 만나게 해달라고 말이야!”

“정말요? 엄마가 저를 다시 만나게 해 달라고 기도하셨어요?”

아기의 울음이 잦아들었고 이내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음.... 어쩐다!” 삼신할머니의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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