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인연

남편의 미역국은 웃음과 울음이 뒤섞인 웃픈맛이었다.

by dle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밤이었다.

비를 머금은 바람은 서늘하고 쓸쓸했다.

한 여름밤이 서늘한 건 갑자기 찾아든

비 때문만은 아니었다.

텅 비어 허전해져 버린 배를 살살 문질렀다.

눈물이 핑 돌았다.


자동차 라디오에서 노래가 흘러나왔다.


멀어져 가는 저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난 아직도 이 순간을

이별이라 하지 않겠네.

달콤했었지.

그 수 많았던 추억 속에서 흠뻑 젖은

두 마음을 우린 어떻게 잊을까.

, 다시 올 거야. 너는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

, 나의 곁으로 다시 돌아올 거야.

그러나 그 시절에 너를 또 만나서 사랑할 수 있을까

흐르는 그 세월에 나는 또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려나.


-나미) 슬픈 인연-


나미의 슬픈 인연.

어쩜 이리도 우리의 상황에 찰떡같이 어울리는 노래인지.

나도 모르게

슬픔은 잠시 접어두고 감탄을 하고 말았다.


결혼한 지 2년이 막 지난 시점이었고

난임인가 싶어 병원을 방문하려던 찰나였다.

그런데 기적같이 아기가 찾아왔다.

그리고

너무나도 빨리 우리를 떠나갔다.


이튿날 아침 남편은 미역국을 끓였다.

때에 안 맞은 카디건과 따뜻한 수면양말을 신고 남편을 무덤 하게 바라보았다.

남편이 끓여준 미역국을 보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내가 미역국을 먹어도 될까?

아기도 지키지 못했는데......'

죄책감에서 피어난 씁쓸함을 감추려

미역국 한 숟가락을 서둘러 입에 넣었다.


이상한 맛이 나는 미역국.

무슨 맛이지? 처음 먹어 보는 맛인데?

아! 이 맛은....

당황스러운 맛.


막 숟가락을 내려놓는 남편을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친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음과 눈물이 터져 나왔다.

우리는 웃음 끝에 매달린 울음을 한동안 쏟아냈다.


“맛이 없네(無)?”

남편이 코를 훌쩍이며 물음인지 탄식인지를 내뱉었다.

나는 그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 미역국을 한입 입안으로 떠넣었다.

다시 미소가 지어지며

눈물이 미역국 안으로 퐁당 떨어졌다.


그리고 둘은 울음 끝 웃음을 터트렸다.


남편의 첫 미역국은

웃음과 울음이 뒤섞인 웃픈맛이었다.


어떤 음악은

첫 임신, 첫 유산

그리고

남편의 첫 미역국을 떠올리게 한다.


슬프지만 웃기기도 하던 순간

울고 있지만 웃기도 했던 그때

남편과 미역국과

나미의 콧소리 짙게 밴

아름다운 노래까지

모든 것이 다정한 위로였다.


음악의 순간은 참으로

진해서

10년이 흐른 지금도

이 음악을 들을 때면

남편의 첫 미역국이 떠오르며

자동으로

울음 섞인 웃음의 맛이 난다.


그 음악, 참 웃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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