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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시에르 Oct 05. 2024

무질서 속의 질서

그리고 나의 길

무질서 속의 질서, 그리고 나의 길


자연은 늘 무질서해 보인다. 바람이 부는 대로 흔들리는 나뭇잎, 어느 쪽을 향할지 모르는 들판의 풀들, 예고도 없이 쏟아지는 빗줄기까지. 분명히 정해진 틀은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혼란스러움 속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나뭇잎은 흩어지면서도 어느새 땅 위에 차곡차곡 쌓이고, 비는 그치고 나면 맑은 하늘을 남긴다. 자연은 어쩌면 처음부터 자신만의 자리를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그들만의 질서로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말이다.


이 땅도 그렇다. 내가 밟고 있는 이 땅 위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영혼들이 머물다 갔다. 그들은 생명의 흐름을 따라 생성과 소멸을 반복했고 결국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마치 바람이 지나가듯 자연스럽게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그들은 흩어진 것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는 늘 돌아갈 자리가 있었다.


그런데 나는 그들과 다르게 늘 틀 속에서 살아왔다. 질서와 규칙을 지키는 것이 옳다고 여겨왔지만, 정작 나 자신에게는 그 질서가 가장 큰 벽이었다. ‘내 마음대로 살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지만, 그 말에 돌아온 건 고운 시선은커녕 비웃음뿐이었다. 틀 속에서 자란 나에게는 ‘내 마음대로’라는 말이 곧 두려움이었다. 자유가 두려웠다. 누군가가 내게 가야 할 길을 말해주지 않으면 흔들릴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질서란 결국 불안을 만들어내는 것임을 알게 됐다. 규칙을 따르려는 몸부림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불안을 품고 살아간다. 첫 인간이 질서를 깨뜨린 순간부터 우리는 질서와 불안을 함께 짊어지고 살아가는 운명이 된 건지도 모른다. 사회적 규칙을 따르는 것이 맞을지 몰라도, 사람들은 이렇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 나는 네 선택을 응원할 거야 ‘라고.


사람들은 질서 속에서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내 삶에서만큼은 무질서해야 한다는 거다. 자유롭고 예측할 수 없는 무질서 속에서 우리는 진짜 나를 찾을 수 있다. 질서가 불안을 만들어낸다면, 무질서는 나를 해방시킨다.


인생은 짧고, 시간은 길다. 무질서한 삶 속에서 나만의 질서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진짜로 살아가는 방법이다. 그 질서는 정해진 것이 아니고 언제나 변할 수 있다. 유연하고 자유로우며 나만의 방식으로. 그리고 우리가 무질서를 추구할 때조차 우리는 이미 무질서라는 이름의 질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나는 그동안 많은 저자들을 만났다. 그들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무질서하게 살았다. 나는 그들처럼 멋진 인생을 살고 싶다. 그래서 ‘내 마음대로 살겠다’는 말은 결국 나만의 질서를 만들겠다는 고백이다. 다른 누구의 길이 아닌, 오로지 나만의 길을 걸어가겠다는 다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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