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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언 Mar 08. 2021

부부의 차이

다름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행복이다


  생각과 살아온 방식이, 비슷한 듯 다른 한 부부가 있다. 하나의 주제를 갖고 두어 시간씩 떠들어대도 끝이 나지 않는 설전을 자주 벌이는 부부다. 아내는 대부분의 일에 즉흥적이고 껄끄러운 것들을 싫어하는 편이고, 남편은 계획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호기심이 충만하다. 둘은 공통적으로 자연 속의 삶을 지향하고, 균형감을 유지하며 살기를 바라고, 소수의 의견이라도 스스로가 옳다고 생각하면 끌고 나가려는 신념이 굳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등한 비율로 가지고 있다는 건 적당한 텐션을 유지하게 만든다. 이것을 과연 장점으로 봐야 할지는 의문이다. 가끔 단점으로 고개를 내밀 때가 있어서다. 한 번은 남편이 우주에 관한 이론과 연구가 일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사실을 갖고 있을 수 있다며 아내를 불러 앉혔다. 무엇이든 궁금하면 깊이 파고들고, 관련된 근거를 수집하길 좋아하는 남편의 성격을 아는 아내는 꽤 진지하게 들어준다. 그렇지만 한 시간여의 시간이 흐르면서 아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고 느끼는 점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다른 가지로 이야기가 뻗쳐 가며 방향이 흩트려진다.


 아내는 집중력이 흐려지고,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그만하길 외쳤다. 아내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들어줬고, 힘들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남편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간단히 설명만 하려고 한 건데 질문을 걸어온 건 아내고, 질문의 답이 끝나지 않은 상태라 찝찝하다. 둘 사이에 약간의 균열이 생기려고 한다. 소리에 힘이 들어가고, 공기 중에 거친 숨소리가 섞인다. 갑자기 싸해진 분위기에 아이들은 스멀스멀 자리를 피한다. 무엇 때문에 예상치 못하게 흘러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내는 당황하지 않고, 그럴 수도 있는 거라며 무마시키려고 한다.


 남편은 아내의 의견이 자신과 비슷한 방향으로 와주길 원한다. 똑같지는 않더라도 공감해주고, 긍정적으로 대응해주길 바란다. 그러나 아내는 수시로 남편의 의견에 반하는 의견을 제시하며 질문을 던지고, 다른 방향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그 이유가 오히려 남편의 의견을 충실히 듣고 있음을 보여 준거라 생각한다. 반응하지 않는 것이 더욱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남편은 차라리 그럴 땐 질문이든 반응이든, 무시하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신이 먼저 왜 무시하는 것 같은지를 물을 테고, 그때 이야기가 길어져 힘들다는 반응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설명한다. 아내는 자신의 방식과는 맞지 않는 방법이지만, 그렇게 해보겠다고 한다. 누군가 위험해지거나 손해 보는 일이 아닐뿐더러 남편이 직접 한 말이기 때문에 수긍한다.


 남편은 부부가 한 방향을 보고 가길 원한다. 다른 의견으로 뻗쳐나가던 일도 둘의 의견이 ‘수렴’에 가까운 방향으로 흘러가길 바란다. 반대로 아내는 부부는 다른 것이 확연하고, 그 다름을 자체로 인정하길 원한다. 부부라고 하여 끝까지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결과적으로 수렴하기 위해 방향을 틀어버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내가 진짜 바라는 것은 어쩌면 수렴보단 발산에 가까울지 모른다. 둘이 수렴되지 않은 결과도 그것대로 받아들이자는 입장이다. 


 남편은 발산의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런 방향을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체도, 생각도, 부부가 가지고 갈 주요 가치관이 대부분 발산으로 흘러가면 오래 함께 하는 일이 어려워질 것을 두려워한다. 아내는 발산으로 흘러가버릴지도 모르는 수많은 핵심가치들을 함께 돌보며,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남과 사는 법을 죽을 때까지 공부하겠다는 마음으로 변명한다. 


 이 부부의 대화는 끝이 없다. 이들은 여전히 매우 사랑하고, 앞으로도 죽도록 사랑하고 싶어서, 자신들에게 남은 에너지를 최대한 끌어 모아 그 사랑의 표현을 받아주길 강구할 것이다. 당신은 뭘 잘했니, 당신은 왜 다르니, 당신은 어떻게 그러니, 그러다가 문득 깨닫는 지점이 온다. 타인과의 동거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매일 저녁밥상에 올라와 해결책을 기다리고 있다. 분명, 살아봐야 알아지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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