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평행선이 만나는 순간 2

또 다른 헬게이트가 열렸다

by 닥터맥리



H: 우리 TFT에서 6개월 일하시고 파견해제되면 해외연수와 함께 안식월 보내드릴 거고

해체 후에도 본부 근무하셔서 3년 되면 원하는 브랜치로 보내드릴게요.


연수? 안식월?? 브랜치 소속 인원들도 그런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우리 브랜치처럼 성과가 안 좋은 곳에서는 꿈도 못 꿀 것들이었다.


회장님이 '찍은' 브랜치에 내가 있었기 때문에 그중 만만한 나에게 온 오퍼와

7년간 브랜치에 쏟아부은 노력, 나름 그 지역에 구축한 생활터전 사이에

선택해야만 하는 순간, 한 가지만 생각하기로 했다.

빌런 1을 피하자.

빌런 1은 퇴직을 3년 앞두고 있었다.

본부 3년이면 최소 빌런 하나는 퇴치된다.

그리고 더불어 서울로 올라갈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지겠지.


나: 알겠어요 그럼 팀장님만 믿고 갈게요. 대신 사택은 꼭 배정해주셔야 해요.

H: 네 그럼요. 당연하죠. 잘 생각하셨어요. 인사부에 통보하고 이후 절차 진행할게요.

인사부에서 제가 얘기한 내용 적혀있는 문서 보내드릴 거예요.


오퍼를 수락한 것은 금요일.

주말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해 가늠할 수 없는 본부생활,

이사 스트레스,

빌런들도 있었지만 브랜치에서 동고동락한 다른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월요일 퇴근 무렵, 인사명령이 났고 퇴근길에 지사장의 연락을 받았다.


지사장: 이팀장 이게 뭔가요?

나: 네? ??? 아... 그게 ;;;


나중에 안 일인데 본부에서 브랜치 인원을 데려갈 때는

사전에 지사장의 허락을 받는 게 불문의 절차였다.

마땅히 H가 지사장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허락을 받은 후 인사명령을 냈어야 했으나

지사장은 H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고, 인사명령지를 보고 화가 많이 난 상태였다.


지사장: 이팀장이 가겠다면 난 말릴 생각은 없어요.

그런데 일을 이렇게 처리하면 나는 이팀장 빈자리를 어떻게 채웁니까?

나: 죄송합니다. 본부에서 이후 절차를 처리한다 해서 ;;; 저는 그 생각은 못했습니다 ;;;


내가 할 일도 아니고, 내 잘못이 아닌 일에 내가 사과를 하는 황당함.

그는 그 TFT의 리더 아닌가? 왜 자기 책임을 나에게 전가하지?

리더의 책임을 이렇게 미루는건 비겁한거 아닌가?

물음표가 꼬리를 물었지만 너무나 큰 변화를 앞두고 있었던 나는

쎄---함을 느낄 여유조차 없었다.


갑작스러운 인사에 브랜치는 술렁거렸고

나는 동료들에게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당장 필요한 것들만 챙겨

한 밤중에 서울 부모님 댁으로 올라왔다.

야반도주가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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