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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신학의 하이브리드!
뉴턴이 걸어간 길

[ 물 한 방울로 바다를 보다 ] / 01

by 사이에살다

“엄청난 천재성과 지칠 줄 모르는 근면함으로 철학에 가장 위대한 진보를 가져오고, 이전에 전혀 탐구되지 않았던 지식의 길로 지식의 등불을 가져온 불후의 인물이 바로 아이작 뉴턴 경이다.” 영국의 성공회 목사이자 감리교 설립자인 존 웨슬리(John Wesley)는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을 높이 평가하며 설교에서 뉴턴 과학 지식을 인용하였다. 뉴턴은 코페르니쿠스가 쏟아 올렸고 갈릴레오와 케플러 등이 정교하게 펼쳐갔던 유럽의 과학혁명을 매듭지은 인물이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Philosophiae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 앞으로 <프린키피아>로 표기)는 15~17세기 과학혁명의 결산이다. 여기에서 뉴턴은 만유인력의 원리를 비롯한 여러 역학 법칙을 통해, 고대 그리스 시절부터 분리되어 있다고 여겨졌던 천상계와 지상계의 운동을 종합했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 시절부터 거부된 수학 방법을 경험 방법과 종합한 과학방법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뉴턴은 유럽의 천문학과 역학을 진일보시켰다.




이러한 역사적 평가는 뉴턴에게 위대한 과학자라는 인상을 주었다. 그런데 뉴턴은 단순한 과학자가 아니었다. 과학에만 몰두하지 않았다. 뉴턴이 남긴 여러 기록을 단어 수로 분석해 보면, 과학과 관련해서 약 100만 단어, 신학과 종교에 대해서는 약 140만 단어, 연금술에 대해 약 55만 단어들이 사용되었다(신재식, 2013). 이러한 여러 분야에 대한 관심은 뉴턴이 살아온 이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저명한 과학사가인 리차드 웨스트폴(Richard S. Westfall)은 『프린키피아의 천재』에서 여러 장면들을 대비하며 뉴턴의 인생을 입체적으로 적었다. 뉴턴은 대학교 연구원과 교수뿐 아니라 신학자, 병기창 관리, 조폐국 이사 그리고 국회의원으로도 일했다(Westfall,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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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연속 기고될 [물 한 방울로 바다를 보다]는 아이작 뉴턴의 신학에 관심을 둔다. 그의 신학 연구가 과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그는 노년에 신학 작업을 시작하지 않았다. 그는 20, 30대 젊은 시절부터 신학에 관심을 가졌다. 뉴턴은 1660년대부터 신학공부를 시작하였는데, 1670년대 초에는 신론과 초기교회사를 집중적으로 연구하였다. 당시 신학은 지식인들에게는 기초 교양이었으며 대학교 연구원 자리를 얻기 위한 필수 과목이었다. 1667년 뉴턴은 케임브리지 트리니티 칼리지 연구원으로 선발되었으며 이듬해에는 전임 연구원이 되면서 동시에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런데 뉴턴은 단지 연구원을 위한 자격 조건 수준에서 신학 연구를 하지 않았다. 연구원 시절 그는 삼위일체 교리에 대해 주로 관심을 가졌으며 삼위일체 교리를 부정하는 아리우스파 입장을 취하게 되었다. 4세기에 알렉산드리아 주교인 아나타시오스(Athanasius of Alexandria, 296-373)가 삼위일체 교리를 삽입하였다고 보았으며 그 교리는 그릇되고 맹목적이라고 주장했다. 뉴턴은 성자를 신과 인간 사이의 신성을 가진 중개자이지만 성부에 종속되어 있다고 보면서 성자를 신으로 숭배하는 것은 우상숭배이자 미신이며 원천적인 죄로 보았다(Maniani, 2002; Davis, 2010).


trinity-great-court.jpg 캠브리지대학교 트리니티칼리지 건물


뉴턴의 신학 작업 주제들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될 수 있는데 하나는 성서 연구이다. 뉴턴은 특히 「요한계시록」과 「다니엘서」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을 추구했다. 이러한 성서 연구를 바탕으로 그는 고대 교회의 역사를 추적했다. 그런데 왜 뉴턴은 성서와 역사 연구를 했을까? 뉴턴에게 성서는 두 의미를 지녔다. 성서는 말 그대로 역사적인 문헌이며 동시에 미래 암호 문서였다. 그래서 뉴턴은 고대 중∙근동 지역의 역사를 신중히 연구하면서 성서에 기록된 사건과 실제 역사에서 발생한 사건이 일치하는지를 살피었다. 또한 신의 계획이 담긴 암호문(cryptogram)을 풀어 미래의 일을 알아보기 위해 「다니엘서」와 「요한계시록」에 실린 예언의 상징체계를 연구하였다(Westfall, 1996; Maniani, 2002).


그런데 왜 성서와 실제 역사의 일치가 뉴턴에게는 중요했을까? 뉴턴은 신의 지배와 통치를 증명하고자 했다. 자연 세계뿐 아니라 인간의 역사까지도 통치하고 지배하는 신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이런 점에서 뉴턴 신학에서 핵심적인 신론 개념은 ‘판토크라토’(pantokratōr) 즉, 우주의 통치자이다. 이 통치자는 세계를 창조하고 인간 사회의 역사와 자연 세계를 통치한다. 그리고 자신이 창조한 자연과 성서를 통해서 자신을 계시한다(신재식, 2004; 2013). 뉴턴은 판토크라토를 <프린키피아> '일반 주해'에 다음과 같이 기술하였다.


"이 전지전능한 신은 세상의 영(anima mundi)이 아니라 만물의 주인(universorum dominus)으로 모든 것을 통치한다. 그리고 그 통치권 때문에 ‘우주의 주인’(dominus deus pantokratōr)으로 불리는 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신’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호칭이며 종에 대한 관계를 가지는 것이고, ‘신성’이라는 것은 신의 지배력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Newton, 2006).


1376880034.0.x.jpg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그렇다면 뉴턴의 신학과 과학은 어떠한 관계를 보일까? 뉴턴의 과학사상을 연구해 왔던 리차드 웨스트폴은 뉴턴의 교회사와 예언서 연구를 분석하면서, 뉴턴 과학에 대한 신학의 영향은 그리 명확하지 않다고 하였다. 반면 17, 18세기 기독교 문화에서 근대 과학문화로 유럽 문화의 중심이 바뀌는 상황에서 뉴턴의 과학은 신학 작업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고 보았다(Westfall, 1996). 이와 비슷한 논조로 프랭크 매뉴얼(Frank E. Manuel)은 뉴턴 과학이 담긴 뉴턴의 성서 연구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았다. 과학적 증명 논리를 성서 연구에 활용하여 일관적으로 성서의 진리를 시험하며 탐구했다는 것이다(Manuel, 1983).


이와 반대로 뉴턴의 신학사상이 과학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들도 있다. 제임스 포스(James E. Force)는 ‘통치하는 신’ 개념이 뉴턴의 신학과 과학, 그리고 정치 활동을 일관적으로 엮어낸다고 주장하였다(Force, 1990). 모리지오 마니아니(Maurizio Maniani)는 뉴턴 과학에서 보이는 뉴턴의 종말론을 분석하였다(Maniani, 2002). 국내 연구자인 신재식에 따르면, 뉴턴의 과학과 신학 작업 모두 뉴턴의 신 이해를 기초로 하여 진리의 통일성을 추구하는 과정에 있었기에 두 작업은 상호관련성을 지닌다(신재식, 2004).




[물 한 방울로 바다를 보다]에서는 과학과 신학이 하이브리드 된 뉴턴의 사상을 그려보고자 한다. 특히 뉴턴의 <프린키피아> ‘일반주해’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 일반 주해에는 뉴턴의 과학프로그램이 지닌 철학이 잘 기술되어 있다. 또한 뉴턴 과학의 바탕이 되는 신학사상도 담겨 있다. 앞으로 수회에 걸쳐, <프린키피아> 일반주해에 등장하는 뉴턴의 사상을 분석하면서 과학과 신학이 하이브리드 되는 과정을 그려보겠다.



[ 참고문헌 ]


신재식.2004. “아이작 뉴턴의 종교와 과학의 상호관련성 연구: 신 개념을 중심으로”. 『종교연구』 34. 99-140.


신재식.2013. 『예수와 다윈의 동행: 그리스도교와 진화론의 공존을 모색하다』. 서울: 사이언스북스.


Davis, Edward B..2010. “뉴턴의 기계론적 우주론이 신의 필요성을 제거했나?”. 『과학과 종교는 적인가 동지인가』 Ronald L. Numbers(편), 김정은(역). 서울: 뜨인돌.


Force, James E..1990. “Newton’s God of Dominion: The Unity of Newton’s Theological, Scientific, and Political thought”. in: James E. Force and Richard H. Popkin(eds.), Essay on the Context, Nature, and Influence of Isaac Newton’s Theology. Dordecht: Kluwer Academic Publishers. 75-102.


Maniani, Maurizio.2002. “Newton on Prophecy and the Apocalypse”. in: I. Bernard

Cohen & George E. Smith(eds.). The Cambridge Companion to Newton. Cambridge

Univ. Press.


Manuel, Frank E.1983. The Changing of Gods. Hanover, NH: New England University Press.

Newton, Isaac. 2004. “프린키피아”. 홍성욱(편/역). 『과학고전선집』. 서울대학교출판부.


Westfall, Richard S..2001. 『프린키피아의 천재』. 최상돈 역. 서울: 사이언스북스.


Westfall, Richard S..1996. “Newton and Christianity”. in: J. M. van Meer(ed.), Facets of Faith and Science 3: The Role of Beliefs in the Natural Science. Ancaster, Canada: Pascal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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