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쌀쌀한 지난밤, 뜨끈한 콩나물국밥에 따뜻한 모주 한 잔이 생각나지 뭔가? 삼백집 콩나물국밥이 몹시 그리우나 너무 늦어 참았다.
전주 삼백집에 가면 국밥만큼 유명한 게 모주지. 우리 집안사람들은 삼백집 가기를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내 입맛에도 어렸을 때부터 먹어온 삼백집 국밥이다. 어른들은 국밥을 드시고 모주 한 잔을 들이켜셨다.
고등학교에 가니 작은아버지가 모주를 마셔야 진짜 국밥을 먹는 거라며 한 잔을 주셨다. "니도 전주사람 다 되었다." 고모도 한마디 거들었다. "옛 전주 사람은 이 국밥을 새벽에 해 뜰 때 먹었다. 새벽부터 부지런히 일한 사람이 먹는 아침 국밥이었지. 모주는 여름에는 타는 목을 축이고, 겨울에는 몸을 데우기 위해 먹었단다. 부지런히 살아라. 모주처럼 살아라." 아버지의 식탁 담화였다.
부지런히 살지 못해, 모주처럼 살지 못해 쬐게 부끄러운 이 밤이었다. 그래도 며칠 사이로 국밥에 모주를 곁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