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양희, 《너무 많은 입》
P03. 간절한 것들은 다 바람이 되었단다 - 천양희, 《너무 많은 입》(창작과비평사, 창비시선245)
시인은 먼저
이렇게
다정히
일러주면서 시작하네요.
‘간절한 것들은 다 바람이 되었단다’라고요.
바람과 바람.
정말 간절한 것들은 ‘바람’이 된 걸까요?
아니면, ‘바람’이 된 걸까요?
이 차이를 아시겠지요?
바람(風)과 바람(望)―.
어쩌면 둘 다겠네요.
그래요.
간절히 바라면 바람이 되는 거겠지요.
시인이
‘정신이 밥 먹여주는 세상을 꿈꾸’는 것은
바로 그 바람
때문이겠지요.
하여 시인은 고백합니다.
‘꿈꿀 수 있다면 아직 살아 있는 것’이라고요.
바라고 꿈꾸는 것이
아마도,
아니,
분명히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일 테지요.
그렇게
바라고 꿈꾸면서 살아가다 보면
결국 우리는
우리 자신에 도달하겠지요.
시인의 이런 고백처럼요.
‘모든 생은 자기에 이르는 길……’
하지만
우리는 잘 알아요.
바라고 꿈꾸는 삶이
참 힘들다는 것을요.
그래서 시인은 고맙게도
이렇게 우리를 격려하는 걸
잊지 않네요.
‘힘든 것이 힘이 될 수도 있다’라고요.
여기까지 오니,
이 시인의 말에
자꾸
귀 기울이고 싶어집니다.
‘가다보면 길이 되는 것 그것이 희망’이라는
말에도요.
우리가 우리 생의
남모르는 흑역사에
남몰래 괴로워할 때도
시인은 이렇게 우리를
위로하여 줍니다.
‘누군들 헌옷처럼 남루한 적 없었겠나’라고요.
그러면서도
이렇게 잊지 않고
우리를 또
격려합니다.
‘속으로 우는 것들은 울음도 힘이 된다는 걸 안다 울어라’라고요.
그렇다고 시인이 무턱대고
위로의 말을 남발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시인의 다음과 같은 한마디가
참 귀합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말하지 마라 우리가 언제 꽃처럼 피었느냐’라는 한마디가요.
여기까지 오니,
다음과 같은 시인의 말이
응원의 함성처럼 들리는군요.
‘누구에게나 무서워 울면서도 가야 할 길이 있는 것이다’라는 말이요.
그래요.
꿈꾸면서,
간절히 바라면서
나 자신에게 이르는 길을
기어이
걸어가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