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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수 Aug 06. 2024

P05. 지나간 사랑과 오지 않는 사랑 사이

  - 이성미, 《너무 오래 머물렀을 때》

P05. 지나간 사랑과 오지 않는 사랑 사이 – 이성미, 《너무 오래 머물렀을 때》(문학과지성사, 문학과지성시인선299)     


   시인은

   가만히

   다짐합니다.

   ‘그림 하나 걸릴 수 있도록 벽에 콕 박혀 있어야겠다’라고요.

   벽에 콕

   박혀 있겠다는 마음의

   갸륵함―.

   그래야

   그림을 걸 수 있고,

   그래야

   사람들이

   그 그림을

   볼 수 있을 테니까요.

   아마

   그런 마음이었기에

   시인은

   ‘내 마음속에 나비가 날아다녔다’라고

   고백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나비가 날아다니는

   마음이었기에

   그림 하나

   걸릴 수 있도록

   벽에 콕

   박혀 있기로

   결심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어쩌다 입을 여는데 꽃잎들이 풀풀 나와 그녀와 나 사이를 떠다닌다’라는

   시인의 또 다른 고백.

   그래요.

   나비가 날아다니는

   마음에서만

   꽃잎들이 풀풀

   나올 수 있는

   것이겠지요.

   시인처럼

   ‘장자와 실비아 플라스 사이 지나간 사랑과 오지 않는 사랑 사이’에

   고요히 머물며

   ‘형광등을 켜고 젖은 시집을 다림질

   하는

   그

   아프고

   정성스러운 마음으로요.

   저는

   시집 뒤의 해설을

   읽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저만의 오독을

   즐기고 싶으니까요.

   포기하기 싫은 이

   오독의 자유로움―.

   그래야

   시집 읽는

   기쁨이

   솜사탕처럼

   달콤하게

   부풀어 오른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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