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수 Jul 25. 2024

P01. 네 안의 새들이 찬란했음, 해

  - 김혜순, 《날개 환상통》

P01. 네 안의 새들이 찬란했음, 해 - 김혜순, 《날개 환상통》(문학과지성사, 문학과지성시인선527)


   시인은 먼저

   이렇게 선언합니다.

   ‘우리는 작별의 공동체’라고요.

   같은 헤어짐이라도

   ‘이별’보다 ‘작별’이

   더

   아프게

   다가옵니다.

   우리는 모두

   헤어지기로 작정하고 사는

   존재들임을

   시인은

   잘 알고 있나 봅니다.

   오죽하면 시인은

   ‘나는 …… 먼길 떠나는 것이 좋아’라고까지

   고백할까요.

   그러면서도 시인은

   ‘위에서 보는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하기를

   잊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시인은

   ‘춥지? 하면 아니! 하고 나란히 걸어가는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거든요.

   그리고 ‘이것아 이 불쌍한 것아’라며

   아프게 탄식하거든요.

   그러면서 또 고백하거든요.

   ‘나는 시를 못 견디듯 하늘도 못 견딘다’라고요.

   그렇습니다.

   시인은 지금

   ‘우주에서 온 통증과 같은 것’을

   앓고 있는 참입니다.

   그래서

   ‘울면 안 되는데 울면 찢어지는데’라는

   시인의

   소리 없는

   근심의 중얼거림이

   더욱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그런 마음이기에

   헤어지면서도,

   이별하면서도,

   작별하면서도 시인은

   끝내

   ‘네 안의 새들이 찬란했음, 해’라고

   소망하는 거겠지요.

   이제

   알겠습니다.

   ‘작별’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공동체’니까요.

   얼마나

   다행입니까.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