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55. 다정한, 빵과 산문의 마음

- 백수린, 《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by 김정수

B55. 다정한, 빵과 산문의 마음 / 《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 백수린 산문 / 작가정신

‘에세이’나 ‘수필’이 아니라 ‘산문’이라는 명칭이 참 마음에 듭니다.

‘산문’은 보통 ‘운문’의 대립 개념으로 쓰이는 말이잖아요?

문학에는 수많은 장르가 있지만, 결국 크게 보면 운문과 산문으로 나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번잡한 장르 구분을 다 무시하고, 이렇게만 나눠놓으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요즘 이와 같은 ‘산문’ 성격의 글들이 참 좋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백수린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물론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창비)은 ‘백수린 에세이’지만, 그 책 맨 뒤의 ‘작가의 말’에서 그는 그 책을 가리켜서도 ‘이 산문집’이라고 분명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에세이와 산문을 굳이 구별할 필요가 있는가, 싶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에세이’보다는 ‘산문’이 저한테는 더 ‘다정한’ 어감으로 다가옵니다.

《다정한 매일매일》은 바로 그런 ‘다정한’ 느낌들도 가득 차 있는 책입니다.

《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이 ‘행복한’ 느낌으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요.

게다가 이 ‘다정한’ 느낌은 부제 그대로 ‘빵과 책을 굽는 마음’의 느낌입니다.

빵과 책을 굽는 마음이니, 얼마나 다정하겠습니까.

지금 세상은 ‘위로’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지만, 그것은 결국 다정함과 행복함을 간절히 바라는 탓일 겁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다정함을 우리에게 다정하게 건네주는 산문집입니다.

그런 그이기에 이 책에서 그는 소설가로서 ‘소설 쓰는 일은 누군가에게 건넬 투박하지만 향기로운 빵의 반죽을 빚은 후 그것이 부풀어 오르기를 기다리는 일’이라고 ‘다정하게’ 소설을 또는 소설 쓰는 일을 정의할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소설하고 관련된 숱한 정의들 가운데 이보다 더 ‘다정한’ 정의를 저는 달리 알지 못합니다.

여기서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그가 다정하게 건네는 빵을 다소곳이 받아 들고, 그 향기로운 빵 내음을 코끝으로 가만히 맡아보지 않으시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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